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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봉사점수 입시 미반영되자 고교생 헌혈·자원봉사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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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11 18:07:31 수정 : 2023-12-11 22: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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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대입부터 봉사점수 미반영
고교생 헌혈·자원봉사 반토막

11월 23만명… 4년새 25만명↓
같은기간 20대는 90만명대 회복
중고생 봉사도 5명 중 1명 그쳐
“교내평가라도 봉사 반영 필요”

헌혈하는 고등학생이 4년 전 대비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혈자 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 급감했는데, 일상 회복 이후 다른 연령층에 비해 유독 고등학생 헌혈자의 회복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024학년도 대입부터 봉사활동 비중이 줄어들면서 ‘입시용 봉사활동’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고등학생 헌혈자(만 16∼18세)는 23만2792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 같은 기간 기록한 47만9939명과 비교하면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고등학생 헌혈자는 2019년 54만1777명에서 2020년 30만4160명으로 약 24만명 급감한 바 있다. 2022년에는 25만6058명으로 2019년 대비 47%까지 떨어졌고,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다른 연령대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난해부터 헌혈자가 다시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20대 헌혈자는 2019년 대비 94%(90만2386명)까지 올라왔다. 30대 이상은 △30대 101%(39만9517명) △40대 127%(42만321명) △50대 165%(24만1132명) △60대 180%(4만7656명)로 2019년 수준보다도 헌혈자가 늘어난 바 있다.

 

고등학생 헌혈자 수가 회복되지 않는 이유로는 대입 제도 변화가 꼽힌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최근 10대 헌혈자의 급격한 감소 현상은 개인적 헌혈이 대입 전형에서 봉사활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 것이 큰 영향을 준 듯하다”고 전했다. 2019년 말 교육부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2024학년도 대입부터 봉사활동 점수의 비중을 줄이고 교내 헌혈 외 개인적 헌혈은 봉사활동으로 인정하지 않게 했다. 이에 따라 고등학생이 헌혈할 동기가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헌혈을 두고 예전과 달라진 분위기가 확연히 드러난다. 과거에는 “학생들이 봉사 점수를 위해 헌혈을 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지만, 현재 헌혈을 하는 학생들은 “봉사 점수를 얻기 위한 헌혈은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서울역 헌혈의집에서 만난 고등학교 3학년 조영호(18)군은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에 헌혈버스가 와서 처음 헌혈한 뒤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고 저한테도 나쁠 게 없다고 생각해서 꾸준히 하고 있다”면서 “애초 대학교에 진학할 생각이 없어서 입시 목적으로 헌혈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매년 두 번씩 헌혈하고 있는 이윤권(18)군 또한 “대입 목적은 아니다”라며 “주변에서도 대입을 위해 헌혈한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헌혈이 봉사활동으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고등학생의 ‘개인적 헌혈’ 감소세는 수치상으로도 명확하게 확인된다. 학교로 찾아가는 헌혈버스 등을 이용한 고등학생 단체 헌혈은 2019년 32만1491명에서 2020년 10만318명으로 급감한 이후 올 11월 16만2222명까지 올라왔다. 반면 개인적 헌혈은 2019년 22만286명에서 2020년 20만3842명으로 줄었고, 올 11월에는 7만570명까지 감소했다. 2019년의 3분의 1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

헌혈뿐 아니라 자원봉사 참여 자체도 줄어드는 추세다. 행정안전부 ‘1365자원봉사포털’을 보면 지난해 연 1회 이상 자원봉사를 한 10대는 43만3000명으로 전체 10대 인구 대비 20%였다. 2019년에는 203만7302명(62%)이 자원봉사를 했는데, 2020년 83만9845명(29%)으로 줄어든 뒤 계속해서 저조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에 있는 입시컨설팅 회사 관계자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는 교내 봉사활동의 시간과 내용만 간략히 쓸 수 있는데, 봉사활동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도 없고 차별성도 내세울 수 없다”며 “대학들도 봉사활동 기준을 과거 60시간 만점에서 8시간 만점으로 대폭 낮춰서 반영하거나 아예 반영하지 않아 봉사활동의 중요성이 많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임선생님이 쓰는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 학생의 공동체적역량이 담길 수도 있지만, 담임선생님의 기재역량에 따라 봉사정신이 드러나는지가 갈린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할 유인책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 교수는 “봉사활동은 학교 밖에서 다른 세대·계층의 사회 구성원과 접촉할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요즘 학생들은 그런 기회가 없다 보니 타인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가 많이 쌓이고 무지에서 비롯된 갈등이 초래되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구 교수는 “청소년이나 성인 모두 인센티브가 없으면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며 “이타주의 같은 가치를 호소하고 찾으려는 것보다는 학생들이 봉사에 나설 수 있도록 교내 평가에라도 봉사활동을 반영하는 등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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