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선거의 해’ 40개국 변화 예고
각국 통상 정책 전환 등 변수 많아
美·中 디커플링 심화로 리스크 ↑
체계적 공급망 리스크 관리 절실
전쟁·고물가 등이 침체 지속 원인
“환율·물가 내년 하반기 이후 안정”
2024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40개국의 리더십 변화와 중국의 자원 민족주의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세계 경제가 제한적 성장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1∼2%대 저성장 기조를 장기간 이어가고, 환율과 물가는 내년 하반기 이후 안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12일 무역협회가 개최한 ‘2024년 세계 경제 통상 전망 세미나’에서 “2024년은 ‘슈퍼 선거의 해’로 미국, EU 등 약 40개국이 리더십 변화를 앞두고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긴장이 지속돼 불안정한 대외 환경 속에서 각국의 통상정책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실장은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이 큰 틀에서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경우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위험제거)을 강조하지만 사실상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이 심화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첨단·친환경 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주요국의 산업 정책과 보호주의는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지상 동향분석실 연구위원도 “미국, EU 등 주요 선진국 소비 시장과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성장세 둔화 지속으로 제한적인 수출 여건이 이어질 전망이지만 중국의 추가 경기 부양책 등 경기 회복 요인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리아 PDS 손양림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미·중 갈등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던 핵심 광물 공급 제한 카드를 꺼내들었다”며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 리스크가 올해보다 더 심화될 수 있어 자원 공급국의 생산 차질, 물류 불확실성, 수출 통제 가능성을 고려한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스콧 린시컴 미국 케이토연구소 무역정책센터장도 미국의 대중 압박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2024년 미국의 무역정책은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지만 대중 강경노선에 힘입어 자국 우선주의 및 보호주의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경제·경영학과 교수 21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은 우리 경제가 장기간 1~2%대의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2024년 하반기 또는 2025년’에 환율과 물가가 안정화될 것이란 응답이 많았고, 법인세와 상속세 최고세율은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향후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73.2%는 ‘우리 경제가 장기간 동안 1~2%대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내년에 2%대에 진입하고 2025년부터 평균 3%대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란 응답은 14.4%, ‘경제가 빠르게 회복해 내년부터 평균 3%대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란 응답은 1.4%에 그쳤다.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의 주된 원인으로는 응답자의 50.5%가 ‘이·팔, 러·우 전쟁, 미·중 패권 다툼, 고물가 등 전 세계적인 경제·정치 리스크’라고 답했다. 최근 1300원 수준으로 높아진 원달러 환율이 기존 변동 범위(1050~1250원)에서 안정화하는 시기로는 ‘2024년 하반기’라는 응답이 32.7%로 가장 많았고, ‘2025년’(30.8%) 등이 이어졌다. ‘환율 변동 범위 자체가 상향 조정될 것’이란 응답도 26.0%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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