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후보"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 등이 경쟁자
윤석열 대통령이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차기 사무총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마르크 뤼터(56) 네덜란드 총리에 관한 미국 언론의 보도가 주목된다. 2010년부터 13년 넘게 집권한 뤼터 총리는 곧 그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13일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뤼터 총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을 방문했다. 그는 독일 청소년들과 만난 자리에서 “13년간 이 일(총리)을 해왔지만 아직도 실수한다”며 “(언론에) 나토 사무총장이 되고 싶다고 밝힌 것이 바로 그 실수”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정말 나토 사무총장이 될 수 있을지 전혀 확신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뤼터 총리는 지난 10월 네덜란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옌스 스톨텐베르그 현 사무총장 뒤를 이어 나토 사무총장이 되는 것에 관심(interest)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질서가 극적으로 변화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 (나토 사무총장 같은) 그런 역할을 맡아 몇 년 동안 봉사하는 것은 무척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르웨이 총리 출신의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2014년 10월 취임했다. 나토 사무총장 임기는 4년이며 연임도 가능하다. 그는 2018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해 2022년 9월까지 재직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고 나토가 우크라이나 편에 서서 무기 제공 등을 주도하면서 사정이 조금 복잡해졌다. ‘전쟁 중에는 장수(將帥)를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나토는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계속 남아 있기를 원했다. 현재 그의 임기는 2024년 9월까지로 연장된 상태다. 아무튼 2024년 10월부터는 새 사무총장이 나토를 이끌어야 한다.
이날 뤼터 총리는 “내가 한 말을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 사무총장직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는 확고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내 계획을)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라는 말로 도전 의사를 너무 일찍 공개한 것은 실수라는 점을 인정했다.
나토를 이끄는 맹주인 미국은 다른 회원국들에게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올릴 것을 오래 전부터 요구해왔다. 네덜란드는 2021년까지도 이 기준을 수용하지 않다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비로소 국방 예산을 GDP의 2%로 끌어올리기로 결정했다. 뤼터 총리의 경쟁자들은 바로 이 점을 들어 “네덜란드가 나토 사무총장을 배출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재 뤼터 총리 말고도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 라트비아 총리를 지낸 크리스야니스 카린스 현 라트비아 외교부 장관 등이 차기 나토 사무총장에 도전할 뜻을 내비친 상태다. 이들보다는 뤼터 총리가 한 발 앞서 있다는 것이 외신들의 전망이지만 일각에선 네덜란드 국내정치가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최근 치러진 총선에서 반(反)이민 등 극우 성향의 자유당(PVV)이 압승함에 따라 ‘네덜란드의 트럼프’로 불리는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대표가 차기 총리에 오를 게 확실해 보인다. 앞서 AFP 통신은 “극우 정당이 집권하는 나라 출신 인물이 나토 사무총장을 맡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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