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라면? ‘이 종족’ 후손일 수도”

영국 자연사박물관에 있는 네안데르탈인 복원상. 인류의 사촌격으로 4만년 전 돌연 멸종했다. 자연사박물관 제공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고대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유전자를 물려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14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특정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있다면 아침형 인간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과학 저널 ‘게놈 바이올로지 앤드 에볼루션’에 실렸다고 전했다. 

토니 카프라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현재 인류 유전자를 네안데르탈인, 그리고 멸종된 고대 인류 종 데니소바인의 DNA와 비교했다. 

연구진은 고대 인류와 현대인의 DNA에서 일주기 리듬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비교해 생체 시계와 연결된 일주기 유전자가 작동하는 방식에서 여러 차이점을 확인했다. 

이들은 영국의 의료 데이터베이스 영국 바이오뱅크를 통해 유럽인 조상을 둔 사람 수십만명의 표본의 건강 및 유전 정보를 확보해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뼈, 치아 화석에서 추출한 DNA와 함께 살펴봤다. 

그 결과 밤낮의 생체리듬과 연관된 246개의 유전자를 확인했으며, 이 가운데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나온 특정 유전자들을 가진 사람들이 일찍 일어나기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프라 교수는 “많은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변이가 아침형 인간이 될 경향과 일관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네안데르탈인의 적응 능력은 이들이 살았던 고위도 지역에서 이득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CNN은 네안데르탈인은 수십만 년 동안 유럽과 아시아의 고위도 지역에서 진화했고, 초기 호모 사피엔스 혹은 현대인에 비해 계절에 따른 일광 변화에 더 잘 적응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초기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며 40,000년 전 멸종된 네안데르탈인을 만나 교배하며 유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러한 요인이 현대인의 생체 시계와 크로노타입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카프라 교수는 “위도가 높을 수록 계절에 따른 빛의 변화를 더 잘 예측하고, 그에 맞춰 변화할 수 있는 생체 시계를 갖는 것이 더 유리하다. 더 빠른 생체 시계가 있으면 이런 능력이 촉진되어 일찍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처음으로 분석한 2010년부터 고대 인류와 현대 인류 간 유전적 차이를 연구해왔다. 같은 해 고대 화석에서 DNA 유전적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데니소바인의 존재도 밝혀졌다. 

CNN은 이 두 종의 고대 인류와 초기 호모 사피엔스 만남이 남긴 유전적 흔적 일부는 오늘날 의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높은 고도에서 생존하는데 유리한 EPAS1이라는 데니소바인의 유전자는 현대 티베트인들에게도 흔히 발견된다. 

다만 아침형 인간 여부를 결정하는 변수가 성격 등 매우 복잡하고,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조슈아 어키 프린스턴대 교수는 “일부 네안데르탈인 유전체가 아침형 인간이라는 특성에 기여했을 수 있으나, 아침형 또는 저녁형 인간인지를 완전히 네안데르탈인 조상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최윤정 온라인 뉴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