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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세면 간도 좋다? 주량 상관없이 마신 만큼 손상돼요”

입력 : 2023-12-18 07:00:00 수정 : 2023-12-18 02: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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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한림대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덜 취한다고 간 손상 덜한 건 아냐
매일 음주·5잔 넘는 폭음 위험 요인
안주 없이 마시면 체내 흡수 빨라져
폭탄주 피하고 가능한 천천히 마셔야

알코올성 지방간 4~6주 단주 땐 회복
간경변 자각증상 없어 정기 검진 최선

“알코올은 몸에 들어가면 효소(알코올 디하이드로게네이즈)를 통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되고, 또 다른 효소(알데하이드 디하이드로게네이즈) 작용으로 분해돼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술이 세다고 자만하시는 분들은 이런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량이 많은 분들이죠. 그러나 이 분해 효소가 많다는 것이 간 손상을 덜 받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덜 취한다고 간 손상도 덜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김성은 한림대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14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애주가’들의 흔한 자신감에 일침을 가했다. 김 교수는 “(간질환으로) 피를 토하고 복수가 차서 병원에 온 환자들은 “어제까지 나는 건강했다’고 말하는데 이는 단단히 착각한 것”이라며 “간이 그 정도 나빠지려면 평균 20∼30년을 혹사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간학회가 최근 발간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알코올간질환 중 간염과 간경변(간경화)의 비율은 증가 추세다.

김성은 한림대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14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표준잔으로 한 잔이라는 ‘권장’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일 뿐 음주는 단 한 방울도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B형 간염바이러스, C형 간염바이러스 등으로 인한 간염, 간경변(간경화), 간암 환자는 치료제 개발로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반면 알코올 관련 간질환의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음주에 허용적인 문화와 국가 정책에 대해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림대성심병원 제공

김 교수는 “당장 단주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연이은 음주와 4∼5잔을 넘는 폭음 등 ‘최악’의 음주 습관이라도 피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안전한 비고위험 음주는 주 1회 이하 표준잔(알코올 함량 14g) 4잔 이하(남성은 6잔 이하) 정도”라고 권했다.

다음은 김성은 교수와의 일문일답.

-성별로 권고량이 차이 나는 이유가 있나.

“여성은 짧은 기간, 소량 음주로도 간 손상이 더 잘 온다. 같은 양의 음주를 해도 여성은 남성보다 간 손상이 더 잘 나타난다. 여러 연구에서 하루 30∼80g(2∼6잔)의 음주가 남성보다 여성에서 알코올 간질환의 발생을 높이는 것으로 나왔다. 여성의 비교적 안전한 알코올 섭취는 하루 10∼20g 미만이다.”

 

-여성 간 손상이 더 잘되는 이유는.

“여성은 남성보다 위 내 알코올 탈수소효소(Alcohol Dehydrogenase·ADH)가 적어 알코올 대사가 떨어진다. 또 높은 체지방 비율로 알코올 독소가 몸에 많이 남게 된다. 여기에 에스트로겐으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 상승작용 등의 영향도 더해진다.”

 

-같은 양이라면 폭음과 잦은 음주 중 더 나쁜 것은.

“알코올 간질환은 간헐적으로 술을 마시는 경우보다 매일 마시는 경우에 증가한다. 그러나 5잔 이상(여성 4잔)의 폭음이나, 여러 군데 전전하며 마시거나,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시는 경우, 이른 나이에 술을 시작하는 경우도 알코올성 간질환 위험은 증가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비만을 피하기 위해 안주를 빼고 물만 마시는 것이 도움 되나.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비만한 사람이 과도한 음주를 하면 간질환 위험이 증가하는 것이 맞는다. 그러나 비만이 될까봐 음주 시 안주를 먹지 않으면 알코올 체내 흡수가 빨라지기 때문에 권하지 않는다. 알코올은 입과 식도 점막, 위, 대장 등에서도 흡수되지만 대부분은 소장에서 흡수된다. 위의 장운동이 빨라질수록, 안주 없이 술만 먹을수록, 20도 전후의 술을 먹을수록 흡수 속도가 빨라진다.”

-알코올 도수도 영향이 있나.

“알코올 도수 20도 전후의 술이 흡수가 가장 빠르다. 술 좋아하시는 분들이 21도 수준의 ‘센 소주’를 마시는 것도 흡수가 빨리 금방 술 마신 기분이 들어서 그런 듯하다. 도수가 낮은 맥주 등을 마실 때 물을 마시면 희석에 도움이 되지만 반대로 높은 도수의 마실 때 수분만 섭취하면 체내에서 도수가 20도로 가까워져 더 빨리 취할 수 있다. 이럴 때는 안주를 적절히 먹어줘야 한다.”

-적절한 안주는.

“샐러드 등 야채를 위주로 먹는 것이 좋다. 고기를 먹는다면 기름기가 없는 수육, 아니면 생선이나 데친 해산물 등을 권한다.”

-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기면 돌이킬 수 없나.

“하루 60g 이상 알코올을 섭취하면 90% 이상에서 알코올성 지방간이 발생한다. 그러나 4∼6주간 단주를 하면 정상 간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알코올 간염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만성음주자 3분의 1에서 간염이 발생하는데, 이후에도 음주를 지속하면 20∼40%에서 간섬유화가 진행된다. 알코올 간염 환자의 70%는 결국 간경변으로 진행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간경변으로 진행한 만성음주자의 3∼10%에서 간암이 발생한다.”

-그나마 건강하게 술 마시는 습관은?

“가능한 천천히 드실 것, 위험 음주량(5잔 이상)은 넘지 않을 것, 여러 주종을 섞어 마시지 말 것, 술만 드시지 말고 음식과 함께 즐기실 것을 권한다.”

 

-추가로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은.

“단백·영양 결핍은 알코올 간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비타민 B1은 실제 간질환 환자들에게 많이 섭취할 것을 권하는 영양소다. 엽산, 티아민, 피리독신, 비타민A, 비타민E, 아연, 마그네슘 등 미량영양소 결핍도 문제가 될 수 있어 공급에 신경 써야 한다. 또 해독과 회복에는 8∼24시간 정도 필요한 만큼 충분한 휴식도 중요하다.”

-애주가들에 조언해 달라.

“알코올에 의한 간경변증, 간암으로 인한 사망자 중 40∼60대 중장년층이 대부분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는 것이 안타깝다. 간질환은 자각이 없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간 건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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