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 공격을 예방하고 핵 공격이 이뤄졌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총체적인 지침을 내년 중반까지 완성하기로 했다. 고조되는 북핵 위협에 맞서 유사시 핵우산 등 확장억제를 공동 실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2차 핵협의그룹(NCG) 회의에서 이런 내용에 합의한 뒤 별도의 공동언론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을 향한 분명한 경고 메시지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내년도 자유의방패(UFS) 훈련 등 한·미연합훈련 때 ‘핵작전 시나리오’를 포함해 함께 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한 핵 공격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알아서 핵보복을 해줄 테니 안심하라는 게 기존 핵우산이었다면, 이제는 한·미가 같이 준비하고 연습해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얘기다. 핵 위기 시 한·미 정상이 즉각 통화를 하고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전용 핫라인 구축도 추진된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와 그 결과물인 워싱턴선언, 이어진 2차례 NCG 회의를 통해 한·미가 북핵 대응 방법을 보다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진일보한 확장억제로 평가할 만하다.
이미 다양한 핵무기 투발 수단을 확보한 북한은 지난 9월 전술핵 공격 가상 발사훈련을 실시하고, 전술핵 공격잠수함을 건조했다고 발표하는 등 언제든 남한을 향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놔왔다. 김 안보실 1차장은 지난 14일 북한이 이달 중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위협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한·미의 반격 태세 구축 또한 구체성을 띠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을 견제하는 측면도 고려됐을 수 있다.
점점 현실성을 더해가는 내년 미 대선에서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변수도 한·미 확장억제 강화에 영향을 미쳤을 법하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얼마 전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용인하는 것을 전제로 한 거래를 추진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가짜뉴스”라고 했지만, 북 비핵화 회의론과 함께 그가 지난날 한·미동맹을 비용과 거래의 관점으로만 봤던 악몽이 재현될지도 모른다. 이번 포괄적 지침이 확장억제의 전략적·제도적 빈틈을 메우고 자체 핵보유에 버금가는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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