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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서방, 러시아 파괴해 여러 부분으로 나누길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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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18 06:00:00 수정 : 2023-12-17 21: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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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방송 로시야1 출연해 미국 등 맹비난
"나쁜 속셈 훗날 깨달아… 내가 순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등 서방에 강한 불신을 표명했다. 동서 냉전 시기 미국과 쌍벽을 이룬 소련(현 러시아)이 휘청거리자 서방은 곧장 러시아 분할에 눈독을 들이고 나섰다는 얘기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일각에선 ‘이러다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이기고 그 영토를 완전히 병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연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야1에 따르면 푸틴은 이 방송에 출연해 국제질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나는 전 세계가, 특히 이른바 문명화했다는 세계가 러시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한다는 순진한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됐고, 더는 이념적 대립이 없으며, 이는 대립의 근거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서방이 이해한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1989년까지 소련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강대국이었다. 서방이 공산주의나 소련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든 소련이 무시할 수 없는 국가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미하일 고르바초프(2022년 사망)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개혁’과 ‘개방’ 정책을 펴며 소련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인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소련은 더는 초강대국이 아니며 극심한 재정난에 허덕이는 ‘별 볼 일 없는 나라’라는 인식이 급속도로 확산한 것이다. 같은 해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것을 계기로 동유럽의 소련 위성국들이 줄줄이 무너지며 소련의 존재감은 더욱 희미해졌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 병사들이 전투를 준비하는 모습. 타스연합뉴스

푸틴은 “나중에 내가 100% 확신하게 된 것은 소련이 붕괴한 뒤 서방은 ‘인내심을 가지면 우리가 러시아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소련 붕괴 후 서방은 러시아를 박살내 여러 부분으로 나누기를 원했다”며 “러시아를 정복하고 우리 자원을 이용하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중에야 이런 깨달음을 얻었으니 (나의) 초기 접근 방식은 매우 순진했다”고 진단했다.

 

소련 시절 푸틴은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에서 일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고 KGB도 무너지면서 푸틴 또한 실업자 신세로 전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그는 정계에 진출해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옛 레닌그라드)의 부시장이 되며 가까스로 회생에 성공했다. 이후 보리스 옐친 대통령 정권의 총리를 맡으며 러시아 정계의 거물로 자리매김 했고, 2000년 5월엔 옐친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올랐다. 최근 대통령직 5선에 도전할 뜻을 내비친 푸틴이 2024년 3월17일 대선에서 승리하면 오는 2030년까지 집권하게 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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