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임박때는 7차 핵실험 우려
혹독한 대가, 반드시 치르게 해야
북한이 어제 화성-18형으로 추정되는 고체연료 기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고각 발사했다. 그제 밤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ICBM은 어제 오전 8시24분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정상각도(30∼45도)보다 높은 각도로 발사돼 70여분 비행했다. 비행거리는 1000㎞이고, 최고 고도는 6000㎞ 이상으로 알려졌다. 화성-18형 ICBM 발사는 지난 4월과 7월에 이어 세 번째다. 고체연료 ICBM의 전력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이번 ICBM 발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고체연료에 기반한 고각 발사라는 점 때문이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연료 주입에 시간이 걸리는 액체연료 미사일과 달리 건전지를 끼우듯 짧은 시간에 연료를 탑재한 뒤 발사할 수 있다. 그만큼 탐지와 요격이 어렵다. 정상각도 발사 ICBM은 1만2000∼1만5000㎞를 날아간다. 여기에 핵탄두가 장착되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가공할 무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번 ICBM 도발은 엊그제 열린 한·미 핵협의그룹(NCG)에 대한 반발 성격도 있지만 내년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 포커스를 맞춘 듯하다. 고체연료 ICBM을 완성한 뒤 미국과 협상을 벌여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대북 제재를 해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미 대선이 임박할수록 7차 핵실험 카드를 꺼내들 공산이 크다. 핵·미사일 개발로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다가 평화 공세를 취하는 건 북한의 상투적 수법이다. 김정은 국방위원장도 2017∼2018년에 그랬다. 2021년 1월 제시한 5대 과업 완성을 목전에 둔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빅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지난달 세 번째 시도 만에 군사정찰위성까지 쏘아 올렸으니 더욱 그럴 법하다.
북한의 행동이 무모한 도발이라는 걸 깨닫게 해 줘야 할 시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북한 도발 시 압도적으로 대응하라”고 했지만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무력만 갖추면 국제적 지위가 높아지고 경제 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헛된 기대에 차 있다. 북한의 충동적인 도발 의지를 꺾으려면 미 핵자산 운용 계획을 더욱 구체화하고 지난 8월 캠프데이비드에서 합의한 한·미·일 미사일정보공유시스템을 서둘러 가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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