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관광버스 기사를 하던 아버지를 쫓아 관광버스에 올라탔던 소년은 어느덧 열차 관광개발의 최일선에 서 있는 코레일관광개발 대표에 올랐다. 바로 권신일 코레일관광개발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관광 분야가 고용 창출을 일으키는 만큼 4차 미래 산업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남북통일을 이루는 데 있어 관광이 사람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채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코레일관광개발 본사에서 만난 권신일 대표는 “정부와 지자체가 손잡고 관광개발인프라를 확충해야 지역경제가 살아난다”며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해법이 절실한 지자체는 관광 인프라 개발과 K방산·대기업 MRO 등을 유치해 일자리 창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기업에서 관광과 홍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전문가다.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겸임교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정책연구위원,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실 행정관, 에델만코리아 EGA 대표 등을 지냈다.
지난 3월,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회사가 일을 재개할 당시 대표로 취임한 그가 처음으로 한 일은 직원들에 대한 격려였다. 권 대표는 당시 취임사에서 “여러분에게 무엇을 하라고 요구하는 리더가 아니라 여러분이 무엇을 원하는지 듣는 리더가 되겠다”고 시작을 알렸다. 그는 “이후 2년 6개월 동안 없었던 승진도 단행했고, 긴축 예산도 풀어서 처우 개선에 나섰다”며 “11년 만에 체육대회도 열었는데, 직원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직원들과 승객들의 사고예방에 집중했다. 그는 “무엇보다 가장 신경 쓰는 것이 사고예방”이라며 “수많은 승객이 이용하니 크고 작은 사고가 생긴다. 저는 취임 후 사고예방을 최우선으로 해 안전관리실 내 부서에 불과했던 안전경영센터를 확대하고, 대표이사 직속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인터뷰 내내 관광에 대한 애정과 관광개발 전문가로서 K 관광의 한계와 향후 개선점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더는 틀에 박힌 아이디어만으로는 치열한 세계 관광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며 “공공기관도 보다 혁신적인 사고와 함께 넓은 시각을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다 이색적인 관광상품 개발을 위해 현장과 꾸준히 소통을 이어가고 있고,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국내에 거주하는 20~30대 젊은 외국인, 해외에서 우리나라를 찾고자 하는 잠재적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우선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K-pop이나 K-푸드 체험 등을 활용한 한국 방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단순히 관광지를 둘러보는 관광을 벗어나 지역에 동화되는 관광상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로컬에서 현지인과 지내며, 또는 시간을 함께 보내며 그 지역의 문화를 느끼고 교류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철도여행 특유의 정시성과 안전을 바탕으로 서울, 강원, 호남, 부산, 경상권 등 전국 각지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상품 개발에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코레일관광개발은 하이엔드 열차관광 상품인 해랑을 통해 열차관광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유일 호텔식 관광열차 ‘레일크루즈 해랑’은 전국일주 2박3일(서울-순천-부산-경주-정동진-태백-서울)코스와 동부권 1박2일(서울-제천-단양-경주-서울), 서부권 1박 2일(서울-전주-순천-광주-담양-서울)코스로 구성돼있다. 특히 열차 내 객실에 침대와 샤워부스, TV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이동 중에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탑승부터 내릴 때까지 전 일정 식사비·입장료·와인·이벤트 등이 포함된 올인클루시브 상품이다.
재운행 개시를 알린 해랑은 12월 상품도 그 인기를 방증하듯 판매 시작 후 17분 만에 완판됐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높다.
권 대표는 “관광열차 중 최고급인 해랑은 한층 더 안전하면서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고객을 찾아갈 예정”이라며 “전 지역 명소의 정취를 누리며 국내 관광객에게는 해외여행 못지않은 추억을,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한국에 대한 특별한 기억을 안겨 드리고 지역 음식상품 소비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교하게 관리되고 있는 해랑의 1등 브랜드 이미지를 통해 판매되는 쌀, 와인, 축산품 등 지역 상품의 1등 브랜드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차를 이용한 관광은 지역 관광콘텐츠 홍보에 기여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관광지와 문화재, 재래시장 등을 방문할 수 있다”며 “지역상생 및 고용창출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지자체와 협업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KTX 자판기에 입점할 지역 특산품 공모전을 예로 들었다. 권 대표는 “지난 10월부터 KTX 내 자판기에서 찹쌀 약과(경기 포천), 맛밤(충남 부여), 나주 배즙(전남 나주) 등 선정된 지역 특산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직접 방문했던 전남 곡성군과 경기 가평군에는 주변에 공장이 없어 어두운 섬진강, 북한강 강변을 따라 천문대를 여러 개 조성해 하늘정원을 만들어 체류형 관광상품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권 대표의 또하나의 관심사는 바로 직원복지다. KTX 등 열차 승무원들에 대한 교육과 안전, 파견을 담당하고 있는 코레일관광개발은 최근 들어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권 대표 취임 이후 매달 명사 특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임신한 여직원이 출산을 준비할 수 있도록 임신 휴직제도도 운용 중이다. 그는 “직원의 약 60%가 여성”이라며 “여성이 일하기 좋은 쪽으로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코레일관광개발은 직원들의 육아휴직 기간으로 3년을 부여하고 있다.
권 대표는 “대국민 서비스 업무를 수행하는 여성 근로자들이 많은 기업 특성을 고려해, 내부직원 대상으로 건강관리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며 “서비스 분야는 피부관리·네일아트다.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로자는 장애인을 채용·운영하여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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