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총선 정국에서 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영입하는 것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았다.
그간 한 장관은 국민의힘 당대표로 거론되고 내년 총선 출마설 등 정치 입문설이 나올 때마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금 제가 하는 일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밝혀왔지만 결국 정치에 발을 내딛게 됐다.
이와 관련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한 장관을 향해 “비대위원장을 지낸 후 뭘 할 건가?”라고 되물었다.
국민의힘은 이른바 스타 장관의 인기를 등에 업고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 경험이 전무 한 한 장관이 비대위를 과연 잘 이끌 수 있을지 벌써부터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비윤(비윤석열)계서도 한 장관이 현실 정치 경험이 없는 점과 대통령 최측근을 간판으로 내세우는 모양새가 좋지 않게 비칠 수 있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 장관은 전날인 19일 기자들 앞에서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같이 가면 길이 되는 것”이라며 의지를 밝혔지만 그 길을 내는 시간과 노하우를 쌓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내년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발등에 불이떨어진 모양세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겨냥해 특검을 밀어붙이는 한편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한 장관 외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한동훈 선대위원장’이 낫다며 비대위원장 추대를 반대했던 비주류도 대안 부재론을 들어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등판을 도와줘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전환한 것으로 20일 전해졌다.
비주류 의원들은 전날 한 장관이 직접 나서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해올 경우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자 기류가 확 바뀌었다.
이에 따라 사실상 당내 기류는 ‘한동훈 비대위’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방향으로 정리된 모양새다. 영입 형식은 ‘추대’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황 전 총리는 국민의힘을 향해 “(한 장관이) 더 큰 정치,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몇 년 남지 않았나. 그 준비를 해야지 지금 막 써버리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황 전 총리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며 “비대위원장 해봐야 6개월 하나. 그러고 나서는 뭐하나”라고 지적했다.
장관직을 포기한 이상 정치뿐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다.
그는 “(비대위원장을 하다가) 만약 혹시라도 실수하면, 실패하거나 하면 큰 상처를 입게 된다”고 경고하며 “저도 처음에 당대표 나갔을 때 ‘나중에 와라’ 이런 얘기들도 있었다. 급하다고 막 써버리면 후일이 도모되지 않는다”고한 장관을 향해 조언했다.
당내에선 법조인, 법무부 장관 이력부터 정치권 입성 전부터 당대표급 인사로 거론되는 모양새까지 황 전 총리와 한 장관 사이 비슷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전 총리는 ’두 사람의 길이 비슷한데, 한 장관 비대위원장 카드를 반대하는 건 동병상련, 걱정이 있는 것이냐‘는 진행자 질문에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정치라는 걸 막 하면 안 된다”며 “내가 필요하다고 인재를 막 써버리면 인재가 소진되고 만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이 당에 들어오면 잘 못할 것 같다는 뜻이냐’는 진행자 물음에 “한동훈 잘할 것”이라며 “그런데 아무 일이나 다 잘한다고 거기 써버리면 나중에 우리가 뭐로 미래 대비를 하나. 100년 정당을 만들어가야 되는데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적합한 때에 잘 써야된다”고 말헀다.
한편 황 전 총리는 앞서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한 장관은 더 큰 일을 해야한다”며 출마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황 전 총리는 지난 14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한 장관은 훌륭한 사람이다. 말하지면 1등이다. 잘한다고 해서 아무 데나 써버리면 일개 국회의원으로서 다른 의원들과 함께 한다“고 했다.
아울러 ”한 장관은 나중에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한 대통령 출마가 가능하다“며 ”지금 법치가 무너져 있고, 부정 수사를 해야 한다. 할 일에 전념하고 나중에 잘 준비된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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