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회찬 전 의원 통해 알려진 6411번에 빗대듯 ‘146번 버스’ 언급도
정치 입문 12년째이던 날 고향인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국민의힘 탈당과 신당 창당을 알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향후 신당 기조 중 하나는 ‘내일이 있는 삶’이다.
탈당 기자회견 직후인 27일 오후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한 이 전 대표는 대한민국은 노력하는 사람에게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있는 나라여야 한다던 신당 청사진을 꺼내들면서, ‘노회찬 정신’을 표현하는 노선으로 알려진 6411번 버스에 빗댄 146번 시내버스를 새롭게 언급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이준석 신당이 꿈꾸는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라는 질문에 “한 달 전쯤 손학규 대표를 모시면서 ‘대표님, 저녁이 있는 삶은 참 좋은 것 같아요’라며 ‘제가 신당 창당하면서 그거 써도 될까요’라고 얘기한 적 있다”고 우선 떠올렸다. 이어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니 저녁은 너무 시적이고, 그러면 뭘 가장 원하는가를 봤을 때 ‘내일이 있는 삶’이겠구나(했다)”라며 “내일이 있는 삶을 모토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은 더 나은 내일이 존재하는 나라가 되어야 하고, 누구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열심히 앞으로 달리기만 하면 된다는 믿음을 정치인이 줘야 한다는 넓은 뜻으로 해석됐다.
기자회견에서 “4호선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의 20분간 부대낌 속에서 조는 가장의 고단함을 새기겠다”고 했던 이 전 대표는 라디오에서 “노회찬 의원이 6411번 버스를 이야기하셨지만”이라는 말과 함께, 노원구와 강남구를 오가는 146번 시내버스를 소개했다.
빌딩을 청소하고 경비를 서는 ‘새벽 노동자’ 승객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146번 버스는 50~60대 유동인구 등을 고려한 서울시 혼잡도 완화 시급 노선 중 하나로 몇 년 전 꼽힌 바 있다.
2012년 진보정의당(정의당 전신)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새벽 청소 노동자’를 태우는 버스로 노 전 의원이 말해 널리 알려진 6411번 의미와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7단지를 출발해 중랑천을 따라 내려와 한강을 건너 강남역에서 회차하는 146번이 상통한다고 이 전 대표가 본 듯하다.
노 전 의원은 자기 이름으로 불리지 않고 누구도 그 존재감을 느끼지 못한다며 6411번에 타는 청소 노동자들을 ‘투명인간’에 비유했었다. 이 전 대표는 ‘평균적인 사람들의 삶이 녹은 공간’으로 상계동을 표현하면서, 노력하는 사람들의 도시이자 가진 것이 많기보다 꿈꾸는 미래가 많은 사람들의 도시라고 말한다.
앞서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자신이 연대할 수 있는 ‘제3지대’ 스펙트럼으로 ‘노회찬의 정의당’을 언급하며 살짝 눈물을 보였다. 노 전 의원을 정치 선배로 생각하는 마음이 은연중에 드러난 대목으로 비쳤다. 기자회견 장소 갈빗집을 두고 노 전 의원의 ‘불판론’과 연관 지은 일부 해석에는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참 좋은 해석인 것 같다”고 반응했다.
‘불판론’은 2004년 4·15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로 나와 당선된 노 전 의원이 선거 한 달 전쯤 KBS 토론 프로그램에서 “50년 동안 한 판에서 계속 삼겹살을 구워먹어 판이 이제 새까맣게 됐다”며 “이제는 삼겹살 판을 갈아야 한다”고 했던 일화를 말한다.
‘상계동에서 정치하신’이라고 말을 이어나가려던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문을) 읽을 때도 눈물이 안 났는데 노회찬을 말하니 눈물이 난다”며 멈칫한 후, 주변에서 건네준 손수건을 받고 “제 선배이기도 한 노회찬 전 의원이 하시고자 했던 노동의 가치까지는 제가 하는 정당에 당연히 편입할 생각이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노회찬 대표가 계시던 정의당과 지금의 정의당이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노회찬의 정의당’으로 범위를 한정한 이유를 댔던 이 전 대표는 라디오에서도 “혐오 얘기 또 하고 그럴 사람들은 자기들만의 조용한 세상에 같이 격리되어서 놀았으면 좋겠다”며 지금의 정의당은 과거와 너무나 다르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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