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원작의 욕망에 관한 영화…우젱도브스카 연기 매혹
인물 그림을 볼 때면 붓 터치가 주는 강렬함 혹은 섬세함과 함께 작가의 의도를 궁금해하며, 얼굴에 풍기는 분위기와 표정에 집중하게 된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립세의 사계’는 그런 그림을 보는 것 같은 영화다. DK 웰치먼, 휴 웰치먼 감독은 ‘리빙 빈센트’(2017)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인 유화 애니메이션 기법을 이 영화에 다시 적용했다.
‘리빙 빈센트’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화법을 영화에 담았다면 1800년대 말 폴란드 립세 마을의 사계절을 그린 이번 영화는 그 배경에 맞게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유화 화가들의 작품을 장면 장면에 담아냈다.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하듯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헤우몬스키의 ‘인디언 섬머’ 등 다양한 작품과 똑 닮은 장면을 만나게 된다.
192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브와디스와프 레이몬트의 ‘농민’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기법만큼이나 이야기도 흥미롭다.
당시 농민에게 땅은 세상의 모든 것과 다름없다.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 야그나는 어머니의 강요로 마을 최고의 부농인 보리나와 결혼하게 된다. 부자라곤 하지만 보리나는 야그나보다도 나이가 많은 아들 안테크가 있고, 상처(喪妻)한 지도 얼마 되질 않았다. 하지만 보리나는 야그나를 본 순간, 그녀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손에 넣고자 자신이 그렇게 아끼며 아들에게도 주지 않던 땅의 일부를 기꺼이 내놓는다.
야그나는 결혼에 순응하면서도 안테크에 대한 연정 역시 버리지 못하는 모순적 욕망 속에 방황하고, 안테크는 땅과 야그나 모두를 갖고 싶어한다. 사실은 이 마을의 모든 남자가 야그나에 대한 욕망을 품고 있다.
땅이 유형의 욕망 대상이라면 야그나는 무형의 욕망 대상이다. 결혼식과 그 후 술집에서 벌어지는 야그나와 남성들의 춤은 인간 욕망의 소용돌이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유화 기법을 쓴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으로 분류되지만 배우들이 직접 연기한 뒤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림이 덧씌워졌다. 야그나 역을 맡은 카밀라 우젱도브스카의 매력적 연기는 유화 필터 뒤에서도 빛난다. 휴 웰치먼 감독은 “몽환적이고 여백이 있으면서도 예술적 감성을 지닌 배우를 원했고” 그 결과 우젱도브스카를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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