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공식화함에 따라 3년간 4조원이 넘는 국세가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연이은 감세 결정에 지난해 60조원에 육박하는 역대급 세수펑크에 이어 올해 또다시 세수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3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에 따르면 국회 예산정책처는 금융투자소득세가 2025년부터 시행되면 2027년까지 3년간 세수가 4조328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으로는 1조3443억원이다.
이는 예정처가 ‘2022년 세법개정안’에 따른 세수 효과를 분석한 결과다. 예정처는 금투세 시행에 따른 세수와 2022년 10월 당시 제도가 유지됐을 때의 세수 차이를 비교했다.
당시 정부도 같은 기간 4조원가량의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대로 금투세가 폐지될 경우 세수가 4조원가량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천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를 상대로 해당 소득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부과하는 세금이다.
금투세는 당초 2023년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여야 합의를 통해 시행 시기를 2025년으로 연기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여야 합의를 어기고 2일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 축사에서 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주가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기업의 주가에 비해 낮게 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투세 과세 대상이 소수에 그쳐 주식시장 활성화에 직접 도움이 될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020년 세법개정안을 제출할 당시 과세 대상을 약 15만명으로 예상했다. 이는 2019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중복 제외 약 600만명)의 2.5%에 불과하다.
윤 대통령의 금투세 폐지 언급이 나온 당일 오후 기획재정부도 금투세 폐지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와 밀접하게 연계된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 등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개편 방향도 제시하지 못하는 등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모습이다.
대통령실 주도로 증시 관련 세제개편 방침이 나온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달 22일에도 기재부는 대통령실에서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 방침이 흘러나오자 유보적이던 기존 입장을 뒤집고 관련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전격 입법예고한 바 있다. 주요한 경제정책 사안들이 치밀한 준비작업 없이 대통령실의 한마디에 흔들린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금투세 폐지를 담을 예정이다. 이와 밀접히 연관된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소득세의 경우 논의를 거쳐 정부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양경숙 의원은 “정부가 여야 합의된 사항을 파기하고 있어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지난해 역대급 세수 감소 상황에서 정부가 향후 부족한 세수를 어떻게 보완할지 대책도 없이 세수 포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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