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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이단아, 前 EU 수장 추모하는 자리에 '깜짝'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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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06 10:03:27 수정 : 2024-01-06 10: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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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EU 가입에 '나홀로' 반대… 결국 기권표
스웨덴 나토 가입도 저지… "대체 누구 편인가"

‘유럽의 설계자’로 불리는 자크 들로르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장례식에 전혀 예상치 못한 ‘깜짝’ 조문객이 모습을 드러냈다. EU의 결정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거나 독자적 행동으로 일관해 ‘유럽의 이단아’라는 별명이 붙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그 주인공이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자크 들로르 전 EU 집행위원장 장례식이 끝난 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최한 오찬에 참석하기 위해 엘리제궁에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앞 광장에서 들로르의 장례식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주재 아래 국장(國葬)으로 엄수됐다. 1981∼1984년 프랑스 재무부 장관을 지낸 들로르는 이듬해인 1985년 유럽공동체(EC: 현재 EU의 전신) 집행위원장이 되어 1995년까지 10년간 재임했다. 이 기간 오늘날 EU 회원국들이 쓰는 단일 통화인 유로화(貨) 탄생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아 오늘날 ‘유럽의 설계자’로 불린다. 지난달 27일 파리의 자택에서 9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의 업적에 걸맞게 EU 지휘부는 물론 주요 회원국 정상들이 장례식에 함께하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왠지 이 행사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오르반 총리가 여러 지도자들 사이에서 자리를 지켰다. 로이터 통신은 오르반 총리를 “틈만 나면 EU를 헐뜯는 비평가”(frequent EU critic)라고 부르며 그의 등장이 몇몇 논평가들에겐 “깜짝 놀랄 만한 일”(surprise)이었다고 전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왼쪽)가 2023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EU 회원국 정상들은 “헝가리가 EU의 단합을 저해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FP연합뉴스

헝가리는 EU 회원국인 동시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으로 서방의 일원이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에도 러시아와 가깝게 지내는 등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펼치는 중이다. EU의 대(對)러시아 제재 확대에 홀로 반대 입장을 내는가 하면 우크라이나를 EU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에도 비판적이다. 지난달 EU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협상 개시를 논의했을 때 오르반 총리는 표결 직전 혼자 회의장을 떠나는 형태로 기권했다.

 

헝가리는 또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저지하고 있다. 나토는 새 회원국을 받아들이려면 기존 회원국 전체가 동의해야 하는 만장일치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는데, 현재 31개 회원국 중 헝가리와 튀르키예 두 나라만 스웨덴의 나토 가입안을 비준하지 않았다. 나토 가입이 차일피일 지연되면서 스웨덴은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EU와 나토 회원국들 사이에선 “헝가리가 서방의 단결을 저해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오르반 총리는 “러시아와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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