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윤석열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헌법학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지면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는 부인과 관련된 것이어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가 커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국회 재의결을 최대한 지연시켜 보자는 방침을 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우리 당은 9일 본회의 때 (쌍특검법을) 처리할 의사가 없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하지 않는 한 (재표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9일 재표결에 부쳐 폐기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민주당의 ‘무리수’ 의도는 뻔하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보통 보름 이내 국회에서 재의결을 하는데, 지금 당장 표결을 할 경우 통과가 될 리 만무하다.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한데, 민주당 의석으론 부결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당초 본격 공천 시즌이 오면 국민의힘에서 공천 탈락자가 나오고 그럴 경우 반란표를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지만 쉽지 않다고 판단한 듯하다. 대통령실에서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는 등 김 여사 관리에 들어갈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어 민주당 의도대로 반란표가 나오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헌재의 법적 판단이 있고 난 뒤에 재의결을 하는 게 상식에 맞는다고 본다”고 한 것만 봐도 그렇다.
결국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지연과 헌재 권한쟁의심판 청구 검토는 4·10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인 동시에 헌재의 권한쟁의심판 선고 소요기간이 평균 543일인 점을 감안하면 윤석열정부 내내 계속 이슈화해 정치적 부담을 안기기 위한 카드로 볼 수밖에 없다. 진상 규명이 목적이 아니라 총선용 및 당리당략용이라는 자기고백이나 다름없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여야 합의 운운하지만 이태원참사특별법을 오늘 국회 본회의에 올려 단독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이 수사가 마무리됐기에 추가 조사가 불필요하고 특별조사위 관련 조항도 편향적임을 들어 반대하고 있지만 막무가내다. 이 또한 총선 전략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과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건 다하는 정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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