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이익 극대화 조치 ‘충돌음’
韓 적극적 입법·협상 노력 필요
산업경쟁력 올릴 체질개선 시급
국가안보실이 ‘경제안보’ 전담 3차장 체제로 개편되었다. 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하였고 11일부로 직제 개편까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그만큼 국가 안보에서 경제안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경제안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경제안보라고 하면 2017년 중국의 사드 관련 경제보복,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와 관련한 수출통제, 2021년 요소수 대란과 공급망 문제 등을 떠올리게 된다. 여기에 미국을 비롯한 서구는 수출입 통제, 투자제한과 같은 보호주의적 수단을 경제안보 조치로 발표하고 있다. 중국발 불공정 무역관행, 공급망 교란, 핵심기술 유출 방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부과되는 조치들의 공통점은 국가 안보 수호이다.
그런데 국가 안보에는 ‘생존’ 못지않게 ‘번영’이 중요하다. 중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EU) 등 많은 나라에서 1, 2위 무역 상대국이다. 2023년 1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대중국 디리스킹 전략을 언급한 데 이어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을 정책 방향으로 정립하고, 7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 시에도 디리스킹을 강조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중국과의 디커플링이냐, 디리스킹이냐는 물론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대중국 온도계가 오르내리는 사이에도 주요국은 ‘번영’의 정책을 차근차근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4월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행정부 경제안보 정책의 핵심은 미국의 산업기반을 강화하는 데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미국혁신경쟁법(USICA/Competes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바이오행정명령(EO 14081) 등이 대표적이다. 2022년 최초로 경제안보를 법제화한 일본의 경우 경제안보를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 하부의 ‘성장전략’에 포함시켰다.
EU도 반도체 지원법(European Chips Act), 핵심원자재법(CRMA),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은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당장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물론 고성능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을 대상으로 하는 고강도 수출통제나 외국인 투자심사 강화 조치에 대한 대응일 것이다. 디리스킹을 ‘위장한 디커플링(decoupling in disguise)’으로 의심하는 중국이 맞대응 차원에서 도입한 희토류·갈륨·흑연 등에 대한 수출통제, 기업 블랙리스트 작성 등도 당장 우리 기업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처럼 복잡다양한 경제안보 지원조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국내 입법 노력과 적극적인 협상의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수출통제 품목 관리, GATT 제ⅩⅩI조 보조금 협정 등의 위배 여부를 가릴 수 있는 통상 규범에 대한 숙지 및 적시·적기 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할 것이다.
경제안보 차원에서 보다 종합적인 정보의 취득과 전략적 판단하에 강력한 외국인투자 통제 시스템 도입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미국이 중국의 기술추격에 제동을 걸 때 한국은 반도체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필요한 만큼 최소한의 제재 동참과 각종 보호주의에 대한 방어조치 도입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어쩌면 더욱 적극적으로 우리가 추진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산업경쟁력 증진, 나아가 국민의 교육 수준과 생산성 향상을 통하여 튼튼한 경제안보의 체질을 갖추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신설된 안보실 3차장실뿐만 아니라 경제안보의 일선에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를 비롯한 전 부처가 ‘경제안보’ 실천의 당사자라는 각오로 함께해야 할 것이다. 경제안보 전략의 핵심 목표와 패러다임을 다시 설정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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