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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중” 얘기에 슬쩍 내민 ‘눈속임 가격표’…지역 축제 바가지 논란 점입가경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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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17 14:25:38 수정 : 2024-01-18 08: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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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취재 중” 밝히자 실수 있었다며 인하된 가격표 꺼내
다른 테이블 확인 해 보니 ‘기존 가격표’ 대로 여전히 운영 중
홍천강 꽁꽁 축제 상인 “생수 사서 쓰고 있어…비싼 거 아냐”

지난 16일 오후 홍천강 꽁꽁축제가 열리고 있는 강원도 홍천군 홍천강둔치주차장. 순대 한 접시를 2만원에 판다는 바가지 논란 때문인지 축제장 한편에 마련된 포장마차 거리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상인들은 지나가는 관광객을 붙잡으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홍천강 꽁꽁축제는 최근 온라인상에서 바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축제장에 방문한 한 관광객이 순대와 떡볶이, 국수를 주문하고 3만4000원을 냈다며 사진과 함께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발단이 됐다.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순대는 시중에서 7000원이면 살 양”, “이때다 싶어 바가지 씌우는 것”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논란이 일자 축제를 주관하는 홍천문화재단은 각 업체에 가격을 내리라고 요구했다고 공지했다. 재단 관계자는 “모든 메뉴를 만원씩 내려서 판매하라고 전달했다”며 “인하된 가격이 적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강원도 홍천에서 열리는 ‘홍천강 꽁꽁축제’ 포장마차에서 주문한 2만원 순대 한 접시와 1만원 어묵 한 접시. 가격이 인하된 가격표가 아닌 기존 가격표에 주문 수량이 표시돼 있다.

논란의 중심이 된 포장마차에 들어가 직접 순대를 주문해봤다. 크기 비교를 위해 어묵도 함께 시켰다. 순대 2만원, 어묵 1만원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가격과 같았다. 양배추·당근에 초장을 뿌린 샐러드와 함께 담겨온 순대를 세어보니 22조각이었다. 성인 남성이라면 혼자서 먹을 양이다. 어묵 양도 많지는 않았는데 상대적으로 푸짐해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면서 취재 중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자 상인은 기존 가격표를 달라고 하더니 어디선가 새로운 가격표를 꺼내 보여줬다. 순대는 5000원 내려간 1만5000원이었다. 오징어순대 등 일부 메뉴 가격도 5000원에서 최대 만원까지 조정돼 있었다. 2만5000원을 결제했다. 상인은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새 가격표를 줘야 했으나 실수로 이전 가격표를 줬다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다른 테이블을 확인해보니 기존 가격표가 놓여 있었다.

 

상인은 “새 가격표로 판매하면 사실상 적자”라며 바가지 논란에 억울함을 주장했다. 그는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아 생수를 사서 쓴다. 물 값만 하루에 70만원 넘게 든다”며 “음식을 조리하는데 사용하는 액화석유가스(LPG)와 난방용 기름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축제기간 일하는 분들과 함께 축제장 인근에 머물러야하기 때문에 숙소비도 든다. 주최 측에 내야하는 돈도 있다.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전혀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바가지 요금으로 논란이 된 ‘홍천강 꽁꽁축제’ 포장마차 내 한 음식점이 손님이 없어 썰렁하다. 

상인들이 축제장에 입점하는 대가로 돈을 지불해야하는지 묻자 재단 관계자는 “축제 운영은 지역 업체에 위탁했다. 돈을 받았는지 모르겠다”며 “재단에서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지역축제가 먹거리 바가지로 질타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함평나비대축제에서는 어묵 한 그릇이 1만원에 달해 문제로 지적됐다. 수원 화성행궁에서 열린 환경사랑축제도 4만 원짜리 통돼지 바비큐 양을 두고 비판이 잇따랐다.

 

여론이 들끓자 홍천군은 보도 자료를 내고 “축제장 인근 야시장은 홍천문화재단이 아닌 위탁업체에서 관리·운영했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축제가 끝날 때까지 판매가격을 꾸준히 모니터링 하는 등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홍천 글·사진=배상철 기자 b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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