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경기부양책에도 반전 힘들어
규제혁파·구조조정 등 정공법 필요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어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속보치)로 집계됐다. 정부와 한은 전망치에 부합하지만 잠재성장률(2%)이나 2022년 성장률(2.6%)을 크게 밑돈다. 정부 수립 이후 오일쇼크,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사태 등 외부 충격으로 부진했던 시기를 빼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성장잠재력도 해마다 저하되면서 우리 경제가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 터널에 갇혔다는 우려가 가실 줄 모른다.
당장 고금리와 고물가 여파로 얼어붙은 내수경기는 풀릴 기미가 없다. 민간소비는 1.8% 증가에 그쳤는데 코로나19 시기를 빼면 10년 만에 최악의 수준이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경제 둔화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경기 부진이 악재로 작용해 수출 증가세가 전년 3.4%에서 2.8%로 뚝 떨어졌다.
올해 경제전망도 밝지 않다. 정부는 성장률 목표치를 2.2%로 내놨지만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투자은행 8곳의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1%이지만 1% 후반대를 점치는 국내외 예측기관도 적지 않다. 1∼2%의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정부는 새해 들자마자 추락하는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올 상반기 중 전체 예산의 65%를 풀기로 하고 세금감면·면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 수출·투자 촉진과 내수진작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땜질식 처방은 잠깐 고통을 멈추는 진통제일 뿐 경기 반전을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나마 이런 대책들은 대부분 법안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국회를 장악한 야당의 반발로 흐지부지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저성장 고착화를 막기 위해서는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구조개혁과 경제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3대 개혁 의지를 피력했지만 구호만 요란했다. 이제 말이 아닌 실행으로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다. 경제·산업정책의 틀도 확 바뀌어야 한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2차전지·인공지능(AI)·방위산업·원자력발전·바이오 등 신성장 동력을 키우는 게 급선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위해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세제·금융·예산 등 전방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19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좀비·한계기업의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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