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직업으로 한때 최고의 직업으로 꼽히던 공무원이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28일 뉴스1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 18~22일 4749명을 뽑는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선발시험원서를 접수한 결과, 10만3597명이 지원하며 2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11년 93.1대 1까지 치솟은 이후 경쟁률이 하락해 1992년 19.2대 1 이후 32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2022년부터는 3년 연속 30대 1 아래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9급 경쟁률의 하락세는 열악한 처우에 수많은 악성 민원,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우려가 더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학령인구가 줄어든 것도 지원자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올해 9급 공무원 초임 연봉을 3010만원(월평균 251만원)으로 올렸다. 올해 공무원 보수 인상률 2.5%에 3.5% 추가인상분을 더해 6% 인상했다. 지난해 연봉 2831만원(월평균 236만원)보다 179만원 오른 수준이지만, 경쟁률은 추락을 면치 못했다.
최저시급 9860원을 받으며 일하는 아르바이트(월급 206만740원)보다는 많이 받을 수 있지만, 많은 민원과 책임, 인간관계 등 신경 쓸 게 많다는 점에서 구직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수준이다. 시급 1만2000원 수준의 다소 강도 높은 아르바이트를 택하면 9급 초임 수준과 비슷한 월급 250만8000원을 받을 수 있다.
인사혁신처의 민간 대비 공무원 보수수준에 따르면 공무원보수현실화 5개년계획이 펼쳐진 2000년 88.4%에서 2004년 95.9%로 상향됐지만, 이후 국가 재정여건 등을 이유로 처우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80%대를 이어오고 있다. 2022년에는 83.1%까지 내리면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한 9급 지원자 평균 연령도 올해 처음 30세를 넘긴 30.4세를 기록했다. 20대 이하가 54%로 많았지만, 2022년 60.9%, 2023년 57.3%로 지원자는 감소세다. 반면 30대, 40대, 50대 이상은 모두 증가하고 있다.
공무원 보수체계는 호봉이 오르거나 승진하면서 개선된다. 그러나 정량적 성과를 투명하게 인정하고 평가하기 어려운 연공서열 중심의 승진제도가 유지되고, 적체가 심하다는 점이 한계다. 워라밸을 우선시하거나,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잘파세대 특징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충주시 유튜브 '충TV'를 지자체 구독자 수 1위에 올린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이 6급으로 특별승진한 것에 대해 '파격적'이란 평가도 이같은 이유에서 나온다. 통상 9급에서 6급으로 승진하는데 지방직 13년, 국가직 15년이 걸리는데 김 주무관은 9급 입직 7년 만에 승진했기 때문이다.
이런 인재 등용 한계가 정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처우 개선과 동시에 낡은 인사규제 및 공직문화 혁신에 힘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인사처는 처우 개선을 진행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 조성과 관리자 소통역량 및 지도력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나아가 유능한 공무원을 뽑기 위해 민간 우수인재 유치가 필수인 공직 분야의 경우 올해부터 4급 이상 임기제 공무원에 한해 연봉 상한도 없앴다.
정부 관계자는 "핵심이 처우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고, 다양한 수당 등 개선으로 나아진 공무원 사회를 만들 것"이라며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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