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에 사과… 재심 등 권고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월간지 ‘사상계’에 고(故) 김지하 시인의 시 ‘오적’을 실었다가 투옥된 김승균 전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이사장의 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7일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사상계 편집인이던 김씨는 1970년 이 잡지 5월호에 오적을 게재한 혐의(반공법 위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오적은 재벌, 국회의원, 고위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을사오적에 빗대며 권력층의 부정부패를 풍자한 시다.
당시 법원은 김씨가 오적의 내용이 계층 간 불화를 조장하고 내란까지 이르게 하는 등 북괴의 대남전술에 동조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시를 사상계에 발간·배포해 북한의 활동을 이롭게 했다고 봤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중앙정보부는 1970년 6월 김씨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해 불법 구금하고 구타와 고문 등 가혹행위를 가해 허위 자백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실화해위는 1964년 김씨가 한·일협정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법 구금된 사건에 대해서도 진실을 규명했다. 당시 내무부 치안국 정보과는 김씨가 이른바 ‘불꽃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반정부 학생운동을 선동하고 국가 변란을 시도했다며 연행해 불법 구금하고 가혹행위를 했다.
아울러 진실화해위는 협동호 등 선원 17명이 1971년 동해에서 북한경비정에 의해 납북됐다가 귀환한 뒤 가혹행위와 간첩 의혹에 시달린 ‘창동·협동호 납북귀환어부’ 사건도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당시 어부들은 사정당국의 수사 후 반공법 및 수산업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았고, 이후에도 수십년간 수사정보기관으로부터 감시와 사찰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국가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불법수사와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에게 사과하고 형사소송법에 따라 재심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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