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후 최대 규모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훈련에 참여하려던 영국 해군의 첨단 항공모함 두 척이 잇따라 출항하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지면서 영국 국방부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영국 항모 ‘HMS 프린스 오브 웨일스’호는 11일(현지시간) 낮 포츠머스 해군기지에서 예정과 달리 출항하지 못했다고 BBC 등이 전했다. 교통 차단 등 항모 출항 전 절차까지 진행됐지만 프린스 오브 웨일스호의 출항을 보려고 모인 수백명은 허탕 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고 하다.
영국 국방부는 “일정이 연기됐다”고 했는데, 출항 일정이 취소된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프린스 오브 웨일스호는 노르웨이에서 열리는 나토 ‘스테드패스트 디펜더’(Steadfast Defender·확고한 방어자) 훈련에서 전함 40여척을 지휘할 예정이었다.
프린스 오브 웨일스호는 자매함인 ‘HMS 퀸 엘리자베스’호를 대신해 긴급 투입됐다.
영국은 배수량 6만5000t 규모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 기함 두 척을 보유하고 있다. 퀸 엘리자베스호는 4일 출항 직전 최종 점검에서 오른쪽 프로펠러축 결합부(샤프트 커플링)에 이상이 발견돼 훈련 참여가 취소됐다.
프린스 오브 웨일스호도 2022년 미·캐나다 합동 훈련을 가려고 출항하자마자 프로펠러축 고장으로 돌아와서 9개월간 수리를 받은 전력이 있다.
국방부 대변인은 두 항모의 문제는 서로 별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퀸 엘리자베스호는 2017년 시험운항 중 고장으로 선체 하부가 침수됐다.
영국에선 안보 이슈가 첨예해지는 가운데 항모가 모두 항구에 묶이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국방부 대변인은 “프린스 오브 웨일스호는 적절한 조류와 기상 조건에 따라 곧 출항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는 ‘영국 항모는 조류와 날씨가 좋을 때만 항해할 수 있다는 말이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방부 톰 투건하트 부장관은 12일 L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나가 있어야 할 프린스 오브 웨일스호가 항구에 정박해있다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국방부 제임스 히피 부장관은 지난달 말 미국으로 돌아가는 미 항공모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호를 대신해 자국 항모를 홍해로 파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