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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상인들의 빛’ 이영 “내가 중구·성동을로 가는 이유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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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16 17:00:00 수정 : 2024-02-17 10:4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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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집 딸, 벤처기업 출신…소상공인 애착 강해
”소상공인 잘 살아야…‘시장 많은 곳’ 선택했다”
‘역사·스토리 품은 중구, 온기 더한 도시 성동’
“국회 재입성 시 법안 모니터링기구 추진할 것”

“진정성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의도도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소상공인에 애착을 갖고 있고, 공적으로는 그들을 지키고 육성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장관으로서 소임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아해 주시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서울 중구와 성동구의 경계선. 약수역 7번 출구 앞에 위치한 선거사무실에서 14일 이영 중·성동을 예비후보를 만났다. 아직 개소식도 하지 않은 사무실 한 쪽에 세 개의 화환이 화사하게 놓여있다.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 서울특별시 상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에서 보낸 것이다. 특히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는 영상까지 제작해 전달했다. 영상에서 상인들은 이영 전 장관을 ‘한 줄기 빛’ ‘이태원의 영웅’ 등으로 칭하며 감사를 전했다.

 

오는 4월 서울 중구·성동을 지역 출마를 선언한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4일 신당동에 위치한 선거사무실에서 도전 결심과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최상수 기자

이영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 초대 중기부 장관으로 20개월 가까이 재직하며 ‘일머리 좋은 장관’으로 이름을 알렸다. 광운대 수학과 졸업 후 카이스트 수학과 석사, 수리과학과 박사를 취득해 2000년 디지털보안솔루션 벤처기업 테르텐을 설립, 20년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몸담았던 여성벤처기업인 출신이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례대표로 당선돼 처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초대 중기부 장관으로 발탁된 그는 기업인 출신답게 늘 현장에서 답을 찾았다. 이태원 지역을 비롯해 소상공인들이 그를 응원하는 것도 이런 소통 덕분이다. 그는 당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12월 장관에서 물러나 오는 4월 총선에 도전한다.

 

출마지로 선언한 중구·성동을은 3선 하태경 의원과 이혜훈 전 의원도 출사표를 던진 곳이다. 왜 이 지역인가. 벌써 시장 구석구석을 다니며 민심 잡기에 나선 이 전 장관에게 물었다.

 

- 왜 고향인 서초가 아닌 중구·성동을인가?

 

“제가 서초구에 오래 거주했고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일했으니 서초와 분당으로 나오리란 추측이 있었다. 하지만 두 군데 모두 양지로 분류되어 애초에 갈 수 없는 곳이었다. 저는 국회의원이 되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 질문을 하니 답이 나왔다. 중기부 장관으로 전국을 돌며 인구 소멸, 지방 소멸, 양극화, 고령화 등 한국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됐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소상공인이 잘살아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아직도 그쪽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장이 많은 곳으로 가겠다’고 결심했다. 그곳이 중·성동을이다.”

 

오는 4월 서울 중구·성동을 지역 출마를 선언한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4일 신당동에 위치한 선거사무실에서 도전 결심과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최상수 기자

- 강남 출신, ICT 전문가로서 소상공인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저의 배경만 보고 서울깍쟁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제가 어렸을 적 서초구는 논밭이었다. 부모님은 평생 장사를 하셨다. 가게는 시장 초입에 있었고, 집은 가게에 붙어있었다. 오후부터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시장 소리가 어릴 적엔 그렇게 듣기 싫었다.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나. 소상공인과 시장에 애착을 자연스레 가질 수밖에 없었다. 시장이 나를 키웠고, 그게 나와 부모님의 삶이었기 때문에 소상공인의 하루 벌이가 얼마나 소중한지, 장사가 안된다는 것이 얼마나 피 말리는 일인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중기부 장관 시절에도 소상공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 뛰었다.”

 

- 장관으로 했던 일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중기청에서 2년 안 되는 기간 동안 25개 정책을 발표했다. 역대 장관 중 가장 많다고 하더라. 그중 하나가 라이콘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 라이프 창업, 테크 창업이 전 세계적 추세였다. 저는 ICT 기업인 출신으로서 그 흐름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늘 애착을 가진 상인분들을 잘 훈련하면 기업인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라이콘(라이프스타일+유니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소상공인들의 반향이 컸다. 이전엔 소상공인 정책이 지원금 주고, 보조금 주는 게 전부였는데, 정부가 교육 및 훈련을 시켜준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많은 기업이 생겨나 성장하고 있다.”

 

- 이태원 상인들의 지지는 어떻게 얻게 됐나?

 

“이태원 참사에서 우리는 주무부처가 아니었다. 하지만 소상공인을 지키고 육성하는 주무부처로서 명분이 있다고 생각해 이태원에 들어갔다. 그런데 예산이 없었다. 주변 기업들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정치적 이슈 부담으로 선뜻 나서지 않았다. 다른 부문 예산을 전용해야 했다. 예정돼 있던 행사를 이태원에서 여는 식이었다. 크리에이터, 프리랜서분들을 초청해 각종 활동을 공동기획했고 이런 노력이 주목받으면서 상권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0원’까지 기록했던 이태원 상점 매출이 6개월 만에 60%가량, 최대 80%까지 회복됐다. 처음엔 상인들도 저희를 쉽게 믿지 않았다. 많은 정부 관계자, 정치인들이 왔지만 두 번 온 사람은 없었고 바뀐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는 너무 자주 갔고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홀로 방문해 상권 분위기를 살피기도 했다. 필요한 지원을 통해 구체적인 성과를 냈다. 상인분들이 이런 노력을 알아주신 것 같다. 저는 그분들을 ‘브라더’(형제)라고 부른다. 우리 브라더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오는 4월 서울 중구·성동을 지역 출마를 선언한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4일 신당동에 위치한 선거사무실에서 도전 결심과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최상수 기자

- 중구 시장 활성화도 그런 방식으로 계획하고 있나?

 

“비슷하다. 다만 중구의 특성을 살리고 강점을 유지하는 전략으로 활성화해야 한다. 중구에는 시장이 41개 있다. 서울에서 제일 많다. 작은 시장까지 합치면 50개가 넘는다. 시장들을 다녀보니 기본 20∼60년 된 가게들이 많고 스토리가 상당히 재미있다. 이런 시장들이 소위 말하는 ‘현대화’되면 그게 좋은 것일까. 생각해 보니 아닌 것 같다. 시장은 고유의 분위기, 냄새, 그 온기가 있어야 한다. 가격 투명성, 위생, 배송 편의 등 문제는 개선돼야겠지만 그 외의 것들은 지켜져야 한다. ICT를 평생 해온 사람으로서 지방에 산업단지 잘 만들어놓고 사람이 떠나 문 닫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인구 소멸 시대 공간은 사람이 찾는 곳이 되어야 한다. 대형마트 하나가 아닌, 마을 자체가 브랜드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 성동을은 어떤 전략인가?

 

“성동을은 옥수동과 금호동이다. 대부분 1차 재개발이 끝난 곳이라 좋은 아파트가 많다. 그런데 학교와 병원 등 인프라가 부족해 인구가 지속해서 빠져나간다. 계속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들려면 빈 부분을 채워야 하는데 거기에도 특별함을 더하면 좋겠다. 전 세계적 인구소멸 시대에 많은 국가에서 미래에 살아남을 도시가 어디인가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사람의 온기가 있는 도시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단지만 나가면 교통 체증에 숨 막힐 것 같은 모델로는 지속가능할 수 없다. 각 분야 전문가들을 모셔 살기 좋고, 기업 하기 좋고, 관광하기 좋은 다양성 갖춘 도시를 만들 생각이다. 멋스럽고 예스러운 스토리를 더해 강남과 다른 모델을 구축하고 싶다. 그게 중구·성동을에 제가 가진 비전이다.”

 

오는 4월 서울 중구·성동을 지역 출마를 선언한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4일 신당동에 위치한 선거사무실에서 도전 결심과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최상수 기자

- 다시 국회의원이 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21대 의원 시절 보니 법이 너무 빨리, 많이 만들어진다. 외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법안이 많다. 무수히 많은 법이 숙성되지 않고 나오다 보니 규제를 만들고, 이게 이해충돌이 되더라. 또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는데 법이 규제가 되는 상황이 많다. 그런데 법이 제 역할을 못 하면 국회가 자동 폐기하는 시스템이 없더라. 그래서 다시 국회로 돌아간다면 첫째로 규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둘째로 유효성이 지난 법안의 자동 폐기를 추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법을 모니터링하는 기구 설립을 추진하고 싶다.”

 

- 정치를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회가 주어졌다. 그 기회를 잡은 이유는 여전히 해야될 일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국회가 더 많은 힘을 가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의지라고 믿는다. 하지만 함께 가면 좋다. 입법을 통해 빠르게, 큰 규모로 변화를 견인할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소위 ‘기업이 제일 잘하고 정부는 중간이고 국회는 꼴찌’라는 평을 듣는데, 이 셋의 균형이 맞아야 발전적인 사회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지난달 북콘서트(다르게, 탁월하게/클라우드나인)를 열었는데 상인분들이 정말 많이 오셨다. 그분들은 저를 장관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본인들을 대신해 장관을 하고 왔다고 여기시더라. 이게 정치인 것 같다. 정치는 사람을 위하는 일이고 사람을 남기는 일이다. 국민 입장에서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잘 알고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이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저는 처음 국회에서 벤처기업의 대표였고, 중기부에선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대표였다. 제가 정치를 잘한다면 앞으로 여성을 대표할 수 있고, 어려운 시절을 겪었으니 그런 처지의 청년들 마음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계속 사람이 남는 정치를 해가고 싶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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