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글 배우자는 생각으로 시작… 세상이 더 넓어져”

입력 : 2024-02-19 20:40:12 수정 : 2024-02-19 20:40:1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83세 대학 새내기’ 김정자 할머니
평생 학교 진학 뒤 배움 계속 이어가
선배인 손녀 따라 올해 숙대 입학
“영어로 손주들과 말하고파” 포부

“‘어휴 할머니, 나이가 몇인데 피아노를 쳐요’ 하더라. 그때 말했지, 나는 한다면 한다고.”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고령 수험생으로 화제를 모았던 김정자(83) 할머니가 19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진행된 입학식을 앞두고 웃으며 말했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 출연으로 화제가 된 김 할머니는 손녀를 따라 꼭 가고 싶다던 숙명여대에 미래교육원 사회복지전공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19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4학년도 숙명여자대학교 입학식’에서 수능 최고령 수험생 김정자(83)씨가 꽃다발을 받고 있다. 김씨는 올해 숙명여대 미래교육원 사회복지전공 새내기로 입학했다. 이재문 기자

8남매의 맏딸로 태어나 한글조차 배우지 못했던 김 할머니는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딸을 떠나보내는 공항에서 한 글자도 읽지 못했던 때를 떠올리며 “그때 내가 무식한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2018년 만학도를 위한 평생학교인 양원주부학교에 진학했다.

그는 “처음엔 한글만 제대로 배우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면서 “학교를 졸업할 때마다 세상이 점점 넓어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평생학교인 일성여중고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수료하고 수능까지 봤다. 음표 하나 읽을 줄 몰랐지만 피아노에도 도전했다.

세 차례 수술을 겪은 허리도 배움을 향한 열정을 막지 못했다. 김 할머니는 “몸이 힘든 것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며 그보다도 “공부가 재미있다”고 말했다.

방송 출연 이후 김 할머니의 일상에는 변화가 생겼다. 길거리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는 “응봉역에서 어떤 학생이 나를 쳐다보더니 ‘유퀴즈 할머니 맞냐’고 하더라”며 “부끄러워서 아니라고 했는데, ‘할머니 고마워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우울증에 걸려 휴학계를 냈다는 이 학생은 김 할머니의 방송이 복학을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며 감사를 전했다고 한다.

대학생이 된 김 할머니의 새 목표는 영어다. 그는 “요즘 밖을 나가 보면 전부 영어로 쓰여 있고, 다들 영어로 말하더라”라며 “영어를 잘 배워서 (미국에 있는) 손자, 손녀들과 영어로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국제화 시대니까 여러 나라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며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싶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선배가 될 손녀의 이야기가 나오자 김 할머니는 활짝 웃었다. 그는 “손녀가 그러더라. 할머니는 내 후배라고, 우리 할머니 최고라고”라며 뿌듯해했다.

그는 “기분 좋지. 최고라고 들으니까”라며 “오늘은 정말 대학생이 된 느낌이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만 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인터뷰를 마친 김 할머니는 올해 신입생으로 들어온 학생들과 함께 입학식에 참가했다.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이 입학식에서 “아주 특별한 새내기”라며 김 할머니를 소개하자 학생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김 할머니는 학생들을 향해 “열심히 공부하자. 앞으로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짊어지고 세계로 뻗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숙명여대를 빛나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인선 '청순 매력'
  • 정인선 '청순 매력'
  • 우주소녀 여름 '반가운 손인사'
  • [포토] 아이브 레이 '상큼 발랄'
  • 임수정 '미소 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