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원칙과상식 등 색깔이 전혀 다른 4개 정치 세력이 뭉친 통합 개혁신당이 끝내 분당했다. 당의 총선 지휘권 등을 놓고 다투다 통합선언 11일 만에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부실한 통합 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 새로운미래로 돌아가 당을 재정비하고 선거체제를 신속히 갖추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공동대표도 한 시간 뒤 “오늘만큼은 앞으로의 호언장담보다는 국민에게 겸허한 성찰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기득권을 넘는 제3지대의 새정치를 기대했던 국민들을 실망시켰으니 지탄받아 마땅하다.
개혁신당의 분당은 급조된 꼼수 정당의 말로를 보여준다. 선대위원장을 이낙연, 이준석으로 하느냐와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공천 문제가 총선 이후 당의 주도권과 정체성 문제와 결부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초부터 두 대표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 정체성이 전혀 다른 정파들이 한울타리에 들어온다고 화학적 결합이 될 리 만무하다. 정상적인 당이라면 최소한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무엇을 국민 앞에 내세울 것이냐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뤘어야 했다. 하지만 통합 개혁신당의 관심사는 다른 데 있었다. 현역의원 1명이라도 더 확보해 ‘기호 3번’을 받는 것이었다. 그런 ‘노력’ 끝에 무소속 양정숙 의원을 영입해 현역 의원 5명으로 국고 보조금 6억6000만원을 받아냈다. 처음부터 덩치를 키우기보다 정강정책 등을 놓고 물밑 협의를 거친 뒤 통합이 이뤄졌다면 분당을 초래하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을 것이다. 합당부터 분당까지 과정을 보면 두 대표가 국민을 우롱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이전투구와 적대·증오 정치는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를 부추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이 20% 이상 나타나는 이유다. 3지대 정당만 잘하면 중도층에 대한 소구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분당으로 이낙연, 이준석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은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이준석 대표의 리더십은 분열과 독선의 이미지만 짙어졌다. 이낙연 대표도 정치적 위상이 더 쪼그라들었다. 이들은 어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앞으로 새로운 정치에 대한 정책비전과 청사진을 제시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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