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전문의 연봉 3~4억… 의대 정원 확대해야”

서울대 의대 김윤 교수 “공대 출신들 35세 평균 연봉은 1억 안팎”
정재훈 교수 “의료체계 변화 없이 의사수만 늘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전공의들의 대규모 사직으로 의료공백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한 의사가 이마에 손을 대고 의과대학 연결 통로를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30대 중반 전문의가 받는 연봉이 3~4억 원에 달하는 것은 의료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와 달리 35세 대기업 과장의 연봉은 약 1억 원 정도로,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의사들의 소득을 적정 수준으로 낮춰야 의대 쏠림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의대 교수의 의견이 나왔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윤 교수는 지난 20일 방영된 MBC 100분 토론 프로그램에서 ‘의대 증원, 충돌, 의료대란 오나’라는 주제로 토론하던 중 “의대 증원을 통해 의사들의 수입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면 된다”라고 발언하였다. 

김 교수는 “2019년에는 2억 원 정도였던 종합병원 월급의사 평균연봉이 최근 들어 3억~4억 원까지 상승했다”며 “이는 의사 수가 부족한 탓”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지역 종합병원에서 의사를 구하지 못해 임금이 올라가고, 전공의들의 과도한 근무시간과 의사 업무를 대신하는 진료보조인력(PA) 증가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특히 의대 증원에 따른 이공계 기피 현상 심화 가능성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전문의 과정을 거쳐 군복무까지 마치면 보통 35세 전후가 된다. 그런데 이 나이대 의사들의 평균 연봉이 3억~4억 원 수준인데 반해 공대 출신들이 대기업에 취직하면 35세쯤 됐을 때 받을 수 있는 연봉은 1억 원 안팎”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기업에 들어갔는데 연봉이 1억 원밖에 안 된다면 어느 누가 의대 진학을 꿈꾸지 않겠느냐”며 “의사가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사회적 지위와 소득이 보장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의료 인력의 공급을 늘려 의사들의 임금을 낮추면 자연스럽게 의과대학으로의 진학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체계에는 아무런 변화 없이 의사 수만 늘리게 된다면 이공계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모두 의료계로 몰려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파급력은 엄청날 것이고, 현재로서는 그러한 상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의사들이 특정 분야에 몰리는 현상이 심화되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다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