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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AI 칩’ 천문학적 돈 푸는데… 韓은 규제에 발목 [뉴스분석-차세대 칩 전쟁 본격화]

입력 : 2024-02-22 18:20:45 수정 : 2024-02-22 23: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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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넛 크래커’ 위기

반도체 패권경쟁 ‘국가 대항전’ 양상
바이든 ‘300조원 칩스법’ 본격 지원
인텔 등 자국 기업 우선적으로 혜택

日 “반도체 부활… 10년간 88조원 투자”
보조금 풀어 해외 파운드리기업 유치

韓 ‘하이닉스 클러스터’ 5년째 게걸음
세액공제 일몰연장 놓고 ‘특혜’ 비판

글로벌 리더십 확보를 위해 반드시 장악해야 하는 요소로 꼽히는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기업을 넘어 국가 간 대결로 확전하고 있다. 지금껏 반도체 개발, 설계, 생산의 핵심 3요소에서 ‘생산’ 능력을 갖추지 못했던 미국이 21일(현지시간)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각 분야 세계 최대 기업 ‘연합군’을 결성해 현재 대만과 한국이 가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주도권을 빼앗겠다고 선언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역시 생산기지 자국 내 유치와 연구개발(R&D) 지원에 전폭 나서고 있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원과 환경에서 고전 중인 한국 반도체산업이 최근 주목받는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시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왼쪽)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매케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새너제이=AP연합뉴스

◆전폭 지원으로 주도권 뺏겠다는 미국

 

22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8월 반도체산업 발전과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해 무려 2800억달러(약 373조원)를 투자하는 내용의 ‘반도체 지원법’을 발표했다. 이는 올해 한국의 전체 예산 656조원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미국 내 반도체시설 건립 지원 390억달러, 연구 및 노동력 개발 110억달러, 국방 관련 반도체 칩 제조 20억달러 등 반도체산업에 520억달러가 지원된다. 지원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미 백악관과 상무부는 반도체 지원법 최종 통과 이후 1년 동안 약 1660억달러 이상의 민간 부분 투자가 발생했고, 2021년 이후 집계된 민간 부분 반도체 투자 총액은 약 2310억달러라고 추산했다.

 

미국 정부의 투자금은 인텔 등 미국 기업 우선 기조를 보인다.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에 화상으로 참석한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미국에서 반도체 생태계가 활성화하고 더 많은 반도체가 생산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이 이날 행사에서 2030년까지 파운드리 세계 2위 삼성전자를 넘어서겠다고 공언한 것은 이런 정부의 전폭 지원이 있어서다. 인텔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 사업자 TSMC(2023년 3분기 기준 점유율 57.9%)를 넘어서겠다는 장기 계획도 이날 공개했다.

 

미국은 반도체 패권을 위한 대중 수출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로이터는 중국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중국 SMIC를 상대로 거래 규제에 나선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 미 상무부가 미국 공급업체들에 SMIC 최신 공장에 대한 판매 허가 중단을 내용으로 하는 서신 수십 통을 보냈고, 실제 반도체 제조용 재료와 부품 선적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후발 주자 일본도 뛰는데 한국은?

 

일본 정부도 최근 반도체산업 부활을 노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3년 ‘반도체와 디지털 산업 강화를 위한 신전략’을 발표하고, 민관이 10년간 10조엔(약 88조3000억원) 이상 투자해 2030년까지 관련 산업 매출을 15조엔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 공장을 유치했다. 일본은 TSMC의 제1공장 설비투자액의 절반에 가까운 최대 4760억엔(약 4조2000억원)의 보조금을 제공하고, 제2공장에는 약 7300억엔(약 6조500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TSMC 외에 자국 업체인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와 미국 기업 웨스턴디지털(WD)이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할 미에현 욧카이치 공장 등에 최대 2429억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히가시히로시마 공장에 최대 1385억엔의 보조금 지원을 결정했다.

 

일본 정부의 지원 영향으로 지난 2년 동안 AI 반도체 전문기업 알칩 테크놀로지와 반도체 설계 회사인 이메모리 테크놀로지 등 최소 9개의 대만 반도체 회사가 일본에 사무소를 설치하거나 사업을 확장했다. 일본 정부는 첨단반도체의 국산화를 위해 2022년 설립한 파운드리 벤처 라피더스에는 훨씬 더 많은 지원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 일본과 비교하면 지원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반도체 인프라 지원에 투입된 금액은 1000억원, 올해 정부의 반도체 관련 예산은 1조3000억원이다.

정부는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일몰 기간을 2030년 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야권에서는 ‘대기업 특혜’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해 대기업·중견기업에는 15%, 중소기업에는 25%의 세액공제를 적용한다.

 

속도전에도 뒤처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경기 남부권에 622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성 목표 시기가 2047년까지로, 20년이 넘는 장기 투자 계획이다.

 

공장을 세우려고 해도 늦어지는 일이 빈번하다. 당장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만 해도 2019년 부지가 선정됐지만 아직도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지역 민원과 토지 보상, 용수 공급 인프라 구축 등이 발목을 잡았다. 이르면 내년 착공해 2027년에야 생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진경 기자, 워싱턴·도쿄=박영준·강구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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