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빈손’ 퇴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뇌부가 변호사 개업을 해서 빈축을 사고 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지만 공직자 대상 수사를 맡았던 책임자가 곧바로 변호사 영업에 나선 건 전관예우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등 잡음을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진욱(58·사법연수원 21기)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여운국(57·23기) 전 차장이 나란히 변호사 활동을 위해 재개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처장은 지난 6일, 여 전 차장은 1일 각각 대한변호사협회에 개업 신고를 했다. 두 사람은 공직 활동을 하면서 변호사는 휴업한 상태였다.
2021년 1월 21일 초대 공수처장으로 임명된 김 전 처장은 지난달 19일 임기 만료로 퇴임했다. 여 전 차장은 지난 2021년 1월 29일 임기를 시작해 지난달 28일 퇴임했다.
두 사람은 공수처로 가면서 변호사를 휴업한 상태여서 별도 등록 절차 없이 개업 신고만 하면 변호사 영업을 할 수 있다.
고위 법조인이 퇴직 후 곧바로 변호사 영업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한변협이 전관 예우 방지 차원에서 검찰총장과 대법관, 헌법재판관, 법무부 장관을 지내고 퇴임한 사람은 2년간 변호사 등록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하기 때문이다. 권고지만 대부분 이를 지켜 사실상 ‘법’처럼 운용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퇴임하자마자 변호사 영업을 하려는 것은 전관예우를 받으려는 것 아니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수처 김진욱 초대 처장은 최근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여야 정쟁 속에 출범한 공수처를 “국민의 신뢰를 받는 중립적 수사기구로 만들겠다”는 김 처장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21년 출범 이후 3년간 공수처의 수사 성과가 거의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접 수사해 기소한 사건이 3건에 불과한데 이 가운데 2건은 항소심까지 무죄가 선고됐다. 나머지 1건은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동안 구속 영장을 총 5차례 청구했는데 법원에서 모두 기각당했다. 직접 수사로 유죄를 받아낸 사건도 0건, 구속영장 발부 0건 등 실적도 처참하다.
이와 함께 지난 정부 시절 친문(親文) 검사로 꼽히던 이성윤 검사장에 대한 ‘황제 조사’, 야당과 언론에 대한 ‘전화 뒷조사’ 등 논란도 일으켰다. 또 공수처 출범 초기에 임용한 검사 13명 중 2명만 지금 남아 있을 정도의 ‘인력 이탈’도 발생했다.
김 처장은 공수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로 인적·물적 자원이 불균형한 상태를 꼽았다.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등 가뜩이나 적은 수사인력에 3년 임기 연임 구조는 신분 불안을 야기해 조직의 안정적 운영이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김 처장은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은 지난 3년간 공수처의 공이 없다고 보는 것 같은데 그럴 리가 있겠느냐. 역사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래서일까.
초대 처·차장이 떠난 공수처는 아직 차기 처장을 뽑지 못해 ‘지휘부 공백’ 상태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송창진 수사2부장이 차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현재 공수처는 차기 후보 선정에 난항을 겪으면서 지도부 공백을 겪고 있다.
공수처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6일 7차 회의에도 최종 후보 선정을 하지 못했다. 다음 회의는 오는 29일 열린다.
공수처장은 추천위 회의를 거쳐 최종 후보자 2명이 가려지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차기 처장으로 지명한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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