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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의료계 기득권 깨는 계기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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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23 23:08:32 수정 : 2024-02-23 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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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위기, ‘심각’ 단계 상향
초진·병원급 이상도 비대면 진료
이제라도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 집단 사직으로 의료 현장 혼란이 심각해지자 정부가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부는 어제 오전 8시를 기해 보건의료 재난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 조정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아닌 보건의료 위기 탓에 재난경보를 ‘심각’으로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또 어제부터 의사 집단행동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닷새 만에 그만큼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는 얘기다.

그동안 비대면 진료는 국민 대다수의 찬성에도 의료계 반발로 번번이 도입 논의가 중단되거나 더디게 진행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에 한시적으로 허용됐다가 지난해 5월 종료됐고 지금은 정부 시범사업 형태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그것도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재진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어제부터 병원급 이상에서도, 초진 환자도 평일에 병원에 가지 않고 전화나 화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의사들이 집단 반발한 제도가 자기네 집단행동으로 전면 허용된 것이어서 의료계로선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다.

전공의들의 이탈이 장기화하면서 의료 현장은 아수라장이나 다름없다. 응급실 이곳저곳을 ‘뺑뺑이’ 돌다가 38시간 만에 군병원에서 수술받는 환자가 발생한 사례까지 있다. 그제 기준으로 주요 94개 병원에서 소속 전공의의 약 78.5%인 8897명이 사직서를 냈다. 중증·응급 진료에서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교수와 전임의, 간호사들이 대신하고 있으나 2∼3주를 버티기가 힘든 상황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 의료행위에 노출된 간호사들의 실태를 공개했다. 간호사들이 대리 처방과 치료 처치, 수술 봉합 등 불법 진료에 내몰리면서 불안과 과로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의료 현장의 울분과 원성을 모른 체할 텐가.

전공의들은 의료계에서 나오는 자성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2000년 의약분업 반대 의사 파업을 주도한 권용진 서울대병원 교수는 어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공의들에게 병원으로 돌아가 정부와 대화로 사태를 해결할 것을 권고하는 글을 올렸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전공의들이 환자 곁을 떠난 순간 모든 명분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의사들이 내세우는 의대 증원 반대 논리도 결국은 ‘제 밥그릇 지키기’일 뿐이니 과연 누구에게서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는가.

전공의들은 집단행동의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비대면 진료에 이어 의사들이 그토록 반대한 진료보조(PA) 간호사 합법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릴 것이 자명하다. 의료계가 스스로 기득권을 깨뜨리는 계기를 제공하는 셈이다. 의사들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으면 설 자리만 좁아질 것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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