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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뭔 육아 휴직” 꼰대 상사 면박에…아빠들은 휴가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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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25 17:32:11 수정 : 2024-02-27 10: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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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직장인 절반 자녀 계획 없어
“우리 회사에선 남자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쓴 적이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제 근무 태도 관련 지적이 시작됐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A씨는 지난 2월 아내와 함께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출산만으로도 벅찬 아내에게 곁에서 종일 돌봄이 필요한 갓난아이 육아를 전적으로 맡길 순 없었다. 그러나 그때부터 부서장의 괴롭힘이 시작됐다. 남자가 무슨 육아휴직이냐는 것이었다. A씨는 상사의 면박과 트집 잡기를 감내하면서 회사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최근 정부가 기업의 대규모 출산 지원금 장려 등으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직장인들은 여전히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마음대로 쓰기 어려운 경우가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설문조사에선 직장인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일하면서 자녀를 키울 수 없는 현실에 자녀를 포기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사진=세계일보 자료사진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실시한 ‘자녀 계획 및 저출생 문제 해결 정책’ 설문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설문조사는 지난해 12월 4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간 이뤄졌다.

 

해당 설문조사를 보면 청년층인 20·30대 직장인 절반 정도가 자녀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20대 응답자의 47.7%, 30대 응답자의 50.4%다. 두 연령대에서 자녀 계획이 없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경제적 불안정(20대 47.6%, 30대 30.6%)이 꼽혔다. ‘무자녀 생활의 여유’ 때문이라고 답한 이는 20대 11.9%, 30대 9.9%에 그쳤는데, 이는 저출생이 젊은 세대의 가치관 탓이라는 분석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사진=세계일보 자료사진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부부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가 20.1%로 가장 많이 꼽혔다. ‘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 현금성 지원 확대’(18.2%), ‘임신·출산·육아 휴직 사용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사업주 처벌 강화’(16.7%), ‘근로 시간 단축 등 일·육아 병행 제도 확대’(15.2%) 등이 뒤를 이었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은 현행법이 강하게 보호하고 있는 제도지만,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실과 법의 괴리가 있었다. 양육과 관련한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는 응답은 출산휴가의 경우 40.3%, 육아휴직 46.4%, 가족 돌봄 휴가 52.2%에 달했다.

 

지난 20일 경북도가 경북 안동시에 소재한 도청에서 ‘저출생과 전쟁’ 선포 행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당국의 미온적 감독 관행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임신·출산·육아 관련 4대법(출산휴가, 해고금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위반 신고 사건 중 기소되거나 과태료가 부과된 비율은 6.8%에 그쳤다. 

 

직장갑질119는 정부가 내놓은 일부 대기업 노동자만 받을 수 있는 일회성 출산지원금 지급 장려 정책보다는 육아휴직급여를 현실화하고 관련 휴가를 정착시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조민지 직장갑질119 출산육아갑질특별위원회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은 이미 필요한 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이용하려면 업무평가에서의 불이익, 계약만료 등 갑질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기 전에 존재하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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