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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퇴근길 중 횡단보도 사고…법원 “일시정지 안 했다면 산재 불인정”

입력 : 2024-02-26 07:58:15 수정 : 2024-02-26 07: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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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보행자 보호 의무 이행하지 않은 ‘범칙’ 행위 강조
유족 측 ‘불가피한 사고였다’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서울행정법원. 뉴시스

 

자전거로 퇴근하던 중 숨진 근로자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재판부가 해당 근로자의 횡단보도 앞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을 들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숨진 근로자의 보행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은 ‘범칙’ 행위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 배제 사유인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정상규 부장판사)는 근로자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시 공원 관리 업무를 하던 근로자 A씨는 2020년 9월 자전거로 퇴근하던 중 보행자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과 부딪쳤다. A씨는 내리막인 횡단보도 앞에서 자전거 속도를 줄이거나 일시정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뇌출혈로 의식을 잃은 A씨는 사고 다음날 사망했고, 또 다른 피해자인 보행자는 약 12주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유족은 A씨가 업무상 재해로 사망했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유족 측은 사고가 발생한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으며, 보행자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따른 불가피한 사고였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법원은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산재보험법 37조2항은 근로자의 고의·자해·범죄행위 등이 원인이 돼 발생한 부상·사망의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며 “여기에는 도로교통법상 범칙행위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판시했다.

 

이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있을 때 운전자는 진입 여부와 관계없이 일시정지 등으로 보행자의 통행이 방해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며 “이 사건에서는 A씨가 횡단보도 앞에서 자전거 속도를 줄이려는 모습을 전혀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내리막길 망인이 보행자를 피할 수 없었다고 하지만, 이는 평소 이곳을 다니던 망인의 주의의무를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라며 “이밖에 정황을 살펴도 망인이 업무로 인한 통증, 치료의 시급성으로 사고를 일으켰다고 보기 어렵고, 사고는 범죄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이므로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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