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행태가 우려스럽다. 한국 시장에서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란 식으로 선정성과 유해성이 큰 상품들까지 제한 없이 판매한다. 흔히 ‘알·테·쉬’로 불리는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3개 업체가 대표적이다. 소비자, 특히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시급히 규제 대책을 내놓아야 할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답답하다.
한때 쿠팡·네이버·신세계가 3강 구도를 형성했던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뚫린 지 오래다. 저렴한 인건비와 물류비에 힘입어 초저가 상품을 판매한 것이 주효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의 온라인 해외 직접구매액 6조7567억원 가운데 중국을 통한 금액이 3조2873억원으로 절반 가까운 48.7%를 기록했다. 한국 해외직구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문제는 알·테·쉬가 상도의를 내팽개친 것은 물론 국내법도 무시한다는 점이다. 이들의 애플리케이션(앱)을 휴대전화 등에 설치하면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선정적인 검색어나 광고와 수시로 마주하게 된다. 더욱이 알·테·쉬 앱은 별도의 성인 인증 절차가 없어 청소년들도 아무런 장애물 없이 이른바 ‘19금(禁)’ 콘텐츠에 접속할 수 있다. 여기에서 판매하는 성인용품들의 선정성과 유해성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었다면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판매가 금지됐을 것이다. 청소년들이 알·테·쉬 앱을 통해 이들 유해 상품에 접근하고 심지어 구매까지 할 수 있다니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국내 업체 같았으면 진작 정부가 나서 단속의 칼을 빼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등 외국에 본거지를 둔 플랫폼사나 거기에 입점한 해외 판매사의 위법행위는 현재로선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당국이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부과 등 제재조치를 내리더라도 이를 강제로 집행할 수단은 전무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우리 청소년들이 유해 상품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을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청소년 보호를 위해 정부는 국회의 입법 보완 이전에라도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무분별한 판촉 행위를 규제할 방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알·테·쉬 또한 한국 법체계를 존중하는 판매 시스템을 갖추고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유해 광고 등은 스스로 퇴출시키길 바란다. 목전의 이익만 좇고 상도의에 눈을 감는 기업은 결국 소비자들로부터 버림을 받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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