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현역·친윤 강세, 세대교체 외면
정치 혁신 기대한 국민 실망 커져
여야는 4·10 총선에 앞서 쇄신 공천을 다짐했다. 하지만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와 공천 작업이 막바지로 접어든 상황에서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주류의 기득권을 챙기는 공천으로 잡음과 혼란이 커지고 있다. 공천에서 청년과 여성을 배려하겠다는 것도 말뿐이었다. 애초의 쇄신 공천 약속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민주당 공천은 ‘친명 지도부 불패’ 성격이 뚜렷하다. 지난 2일 이재명 대표와 그의 측근인 조정식 사무총장, 인재위원회 간사이자 신명(신이재명)계로 꼽히는 김성환 의원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당 지도부 인사 중 경선을 거치지 않고 본선에 직행한 비율이 90%를 넘는다. ‘친명횡재’ 기류가 핵심 당직자 등의 대거 단수공천을 통해 거듭 증명됐다. 공천 내홍 수습을 위해 제기된 이 대표 핵심 측근들의 희생은 끝내 거부된 셈이다. 결국 “혁신 공천은 가죽을 벗기는 아픈 과정”이라는 이 대표의 말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홍영표 의원 등 비명(비이재명)계에만 해당됐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러니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도 지지율이 급락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공천 파동에 휩싸인 민주당에 비해서는 조용하다. 하지만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바라는 국민 눈높이에는 한참 모자란다. 현역 의원과 친윤(친윤석열)계의 강세 흐름이 이어지면서 혁신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현역 교체 비율이 4년 전 21대 총선(4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3선 이상 현역 31명 가운데 컷오프(공천배제)는 김영선 의원 1명뿐이다. 친윤계 희생도 거의 없다. 친윤계 중 불출마를 선언한 건 장제원 의원뿐이다. 권성동·윤한홍·이철규 의원 등 친윤계는 상당수 단수공천을 받았다. 민주당 공천에서 컷오프된 김영주 의원이 어제 국민의힘에 입당한 것도 정치적 상식에 벗어난 일이다. 민주당 공천이 아무리 잘못됐다고 해도 야당 몫의 국회부의장을 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여당으로 옮기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김 의원을 서둘러 영입한 국민의힘 지도부 행태도 떳떳하지 못하다.
선거 때마다 정당 공천이 용두사미로 끝나는 건 여야 주류가 기득권 지키기에 연연하는 탓이다. 유권자에 대한 쇄신 약속보다는 눈앞의 당리당략을 우선시하면서 실망스러운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공천을 통한 정치 혁신을 기대했던 국민의 실망과 정치 혐오감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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