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증원이 추진되는 와중 사교육 업계에서 마케팅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반수생을 위한 야간반을 '직장인반'으로 홍보하는 사례도 나왔다.
뉴시스에 따르면 정부 탓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별 의대 정원은 4월말에야 확정되는 만큼 입시 전문가들도 정확한 진학지도가 어려운 실정이다. 불안감을 완화하는 대입 사전예고제도 무력화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서초 메가스터디학원 의약학전문관은 오는 18일부터 대학 재학생이나 직장인도 수강할 수 있는 야간특별반을 개강할 계획이다.
이 학원은 지난해 수능 3개 등급 합이 8 이내인 상위권 대상 '무시험 전형', 그리고 그 외 수강생을 위한 '면접 전형', '고교 재학생 전형'으로 신입생을 받는다.
입시학원은 상위권 과정을 운영할 때 통상 수능 성적으로 수강생 진입 장벽을 두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은 면접을 통과하면 직장인도 수강이 가능한 것이다.
업계에선 반수를 하려는 대학 신입생의 경우 학칙 등으로 휴학이 어려워서 반수생 강좌를 야간에 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입 수요가 많지 않은 직장인까지 겨냥해 가며 마케팅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의대를 겨냥하려는 반수, 재수 등 소위 'N수생'들의 문의도 부쩍 늘고 있다고 전해졌다.
정부가 내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고 지방의대를 중심으로 집중 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내신 1등급 후반~2등급 초반 상위권이지만 의대를 가기는 어려웠던 학생들이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다.
지금은 내신이 우수해 서울 상위권 대학에 합격했어도 지방의대는 합격이 불가능할 지경으로 커트라인이 높다. 3년 간 계속 1등급을 받아야 합격이 가능하다.
'직장인 의대반'은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도 일종의 '불안 마케팅'이라고 지적한다. 내신 성적이 높아 서울대를 입학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만큼 의대에 합격하는 게 녹록치 않은 일이라는 얘기다.
예컨대 과학고나 카이스트(KAIST)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던 직장인들의 '의대 도전' 수요가 어느 정도 있다고 판단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가 업계의 불안 마케팅을 부채질한 꼴이라는 지적도 있다. 의대 증원을 추진하는 것과 별개로 사교육을 조장하는 부작용을 막을 대책은 뚜렷하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달 초 의대 2000명 증원을 공식화했지만 대학마다 얼마나 늘어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수험생들은 당장 첫 수능 모의고사인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오는 28일)를 앞두고 있다. 수험생들이 목표하는 대학과 전형을 세워야 할 때지만, 대학별 의대 정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심지어 다른 학과들도 '무전공 입학' 확대 정책에 변동 가능성이 큰 상태다.
대학은 대입 전형을 해당 입시를 치를 신입생이 입학하기 1년 10개월 전에는 확정해 공표해야만 한다. 현행 고등교육법에 규정된 사전예고제다. 대입이 대중없이 바뀌는 것을 막고 불안심리를 차단하는 장치다.
하지만 하위 법령은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학과 등 개편 및 정원 조정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고칠 수 있다고 정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2025학년도 대입 의대 증원과 무전공 입학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 오는 4~5월 대학별 최종 입학전형이 확정되면 다시금 사교육 업계가 대입 특수를 맞을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수능 '킬러문항' 논란 당시 사교육 업계를 상대로 세무조사와 감사, 조사 등을 이어갔지만 최근 나타난 의대 사교육 열풍에는 잠잠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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