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음악의 매력에 빠진 피아니스트 랑랑 “생상스 저평가 된 듯”

새 앨범 ‘생상스’ 발매…생상스 외 드뷔시, 라벨 등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 음악 담아
테유페르, 불랑제 등 프랑스 여성 작곡가 5명 곡도 소개
“아름다운 프랑스 곡으로만 이뤄진 앨범 만들고 싶었다”
안드리스 넬손스가 이끄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아내 지나 앨리스와 함께 작업

“한마디로 말해 프랑스 곡으로만 이뤄진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아름다운 프랑스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클래식계 슈퍼스타인 중국 출신 피아니스트 랑랑(42)이 최근 도이치 그라모폰 새 앨범으로 발매한 ‘생상스’ 제작 의도다. 이처럼 ‘생상스’ 앨범은 카미유 생상스(1835∼1921)를 중심으로 프랑스 유명 작곡가들인 가브리엘 포레(1845∼1924), 클로드 드뷔시(1862∼1918), 모리스 라벨(1875∼1937) 작품을 담았다. 클래식 팬들에게조차 다소 낯선 프랑스 여성 작곡가들의 곡을 수록한 것도 눈에 띈다. 루이즈 파렝(1804∼1875), 멜라니 보니스(1858∼1937), 제르맹 테유페르(1892∼1983), 릴리 불랑제(1893∼1918), 샤를로트 소이(1897∼1955) 5명이다. 앨범 작업에는 안드리스 넬손스가 이끄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한국계 독일 피아니스트인 아내 지나 앨리스가 함께했다.  

피아니스트 랑랑. 유니버설뮤직 제공

독일 베를린에 머무는 랑랑은 지난 8일 한국 언론과 한 화상 인터뷰에서 “생상스의 유명한 곡인 ‘동물의 사육제’와 자주 연주되지는 않는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주축으로 앨범을 구상했다”며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들의 작품도 넣었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러시아 작곡가보다 프랑스 작곡가의 피아노 협주곡은 자주 연주되지 않는 것 같다”면서 “많이 연주되지 않은 작품이라도 누군가 발견해서 연주하기 시작한다면 곡이 재발견돼 더 많이 알려질 수 있다”며 불랑제와 테유페르 등 당대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프랑스 여성 작곡가들 작품을 수록한 이유를 설명했다. 

랑랑은 “듣자마자 사랑에 빠진 곡, 작곡가가 유명하든 그렇지 않든 아름다운 작품들을 음반에 담았다”며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여성 작곡가뿐만 아니라 숨어 있는 좋은 곡들을 발견하고, 살려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랑랑이 생각하는 프랑스 음악의 매력은 뭘까. “프랑스 음악은 마치 물처럼 흘러요. 자연을 닮았죠. 황혼·연무 같은 자연의 색채를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 음악만의 로맨스, 무드, 사랑을 향한 갈구도 있어요.” 그는 “프랑스 곡을 연주할 때는 표현을 유연하게 하되 해석은 정확하게 하려고 한다”고 했다.

랑랑은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와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녹음한 앨범이 별로 없고, 젊은 지휘자들 사이에서는 생상스가 저평가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어떤 지휘자는 ‘동물의 사육제’가 리허설 20분이면 (연주하는 데)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대충 할 수 있는 곡이 아닙니다. 훨씬 진지한 태도로 임해야 할 곡이죠.”

그러면서 생상스의 곡을 진중하게 접근해준 안드리스 넬손스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동물의 사육제 안에 많은 비밀이 담겨있다”며 “오펜바흐(1819∼1880, 프랑스 작곡가)를 거북이로 묘사하는 등 짓궂은 장난이 많이 숨어있다. 생상스가 여러 사람들은 연상하며 만든 곡이니 (감상할 때) 그런 장면들을 놓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랑랑이 새 앨범 ‘생상스’ 작업에 함께한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가운데), 아내 지나 앨리스와 포즈를 취한 모습. 유니버설뮤직 제공 

이번 앨범에서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드뷔시의 ‘작은 모음곡’을 함께 연주한 아내에 대해선 “지나는 재능있는 음악가라 함께 일하면 즐겁다”면서 “서로 ‘함께 무대에 올라 연주를 잘 하면 가족이고, 못 하면 동료일 뿐’이라는 농담도 한다”며 웃었다. 

오는 11월 내한 연주회가 예정된 랑랑은 “쇼팽의 마주르카나 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 등 아주 새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한국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강은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