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곳 수업 거부·30곳 개강 연기
당국 “집단 유급 논의 시기 아냐”
이주호, 의대협에 공개 만남 제안
암 환자, 요양병원 옮겼다가 숨져
중증질환聯 “양측 갈등의 볼모 돼”
전공의들의 병원 집단이탈과 함께 의대생들의 휴학 신청 및 수업 거부가 장기화하면서 의대 학사일정이 파행 상태에 빠졌다. 집단 유급 사태에 대한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전국 40개 의대는 개강 연기나 온라인 강의 참여를 유도하며 학생 설득에 나섰지만, 학생들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현재 전국 40개 의대 중에 봄학기를 맞아 학사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11일 “전날 기준 10곳에서는 수업 거부 현상이 확인됐다”며 “거꾸로 해석하자면 나머지 30곳은 학사일정 조정(개강 연기)을 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울산대 의대의 경우 의대생 202명 중 197명이 휴학계를 제출해 개강이 무기한 연기됐다.
다만 교육부는 일각에서 오는 14일까지 학생들이 학업에 복귀하지 않으면 유급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데 대해, 당장 집단 유급 대책이 필요한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개강을 연기한 대학의 경우 이론적으론 다음 달 말까지 개강을 미뤄도 학사일정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부 대학들은 총장 및 의대학장 주도로 학생과의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건국대 의대는 최근 학장이 학생들과 대면 간담회를 추진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거부한 상태라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 의대 역시 총장과 의대학장 등이 지난 8일 의대생들과 ‘타운홀 미팅’을 열 예정이었으나 학생들의 불참 통보로 취소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학생들 요구사항은 의대 증원 철회인데, ‘학교 측과 대화를 한다고 이게 해결되겠느냐’는 얘기를 한다”며 “의대생들 사이에서는 ‘탕핑(?平·당평)만이 (정부에) 이기는 길이다’, ‘조용히 버티면 반드시 이긴다’는 말이 돈다”고 말했다. 탕핑은 중국의 젊은 세대가 쓰는 신조어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저항한다’는 의미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의대생들에게 공개적으로 만남을 제안했다.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중증환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에 따르면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해있던 70대 암 환자가 전공의 집단이탈 이후 병원이 퇴원을 요구해 요양병원으로 옮겼다가 다음날 사망했다. 식도암 4기 환자가 “입원·치료할 여력이 없으니 다른 병원을 알아보라”며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거부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중증질환연합회는 “가장 보호받아야 할 중증질환자들이 정부와 의료계 갈등의 볼모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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