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국내시장 장악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는 가운데 정부가 뒤늦게 대책을 내놓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어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비상 경제장관회의에서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간 알리 등보다 불리한 여건 속에서 영업해 온 국내 기업들은 환영한다면서도 역차별을 완전히 해소할 추가 대책을 주문했다. 우리 유통기업들 발목을 붙들고 있는 각종 규제가 철폐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해외 직접구매를 할 때 중국 기업 알리와 테무를 이용한 국내 소비자는 지난달 기준으로 1400만명 가까이 된다. 저렴한 인건비와 물류비에 힘입어 초저가 상품을 판매한 알리 등의 전략이 주효했다. 문제는 한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정작 국내법에 따른 각종 규제는 무시한다는 점이다. 짝퉁 상품, 위해 식·의약품, 청소년에 해로운 성인용품 등의 무분별한 유통에 수수방관으로 일관해왔다. 국내 기업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외국에 본거지를 둔 플랫폼의 위법행위를 규제할 국내 법적 근거가 없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정부 종합대책에는 해외 온라인 플랫폼들에 국내 대리인을 두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정위는 한국소비자원과 이들 플랫폼 간에 핫라인도 구축하기로 했다. 그동안에는 짝퉁 상품 구매 등으로 피해를 본 개별 소비자가 알아서 보상받아야 했는데, 앞으로 소비자원이 피해 사례를 모아 공동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불충분하다. 공정위는 알리 등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면 국내 업체와 똑같이 처벌하겠다고 했으나 관련 법규가 미비한 상황에서 당장 강제조사가 가능할지부터 의문이다. 해외 온라인 플랫폼도 국내법 적용을 받도록 국회가 입법적 보완을 함으로써 감시 사각지대를 없애는 길이 최선이다.
알리 등이 사법 리스크를 피해가며 시장 점유율을 올리는 사이 국내 유통업체들은 사실상 역차별을 받고 있다. 당장 국내 대형마트는 영업 규제에 막혀 새벽 배송도 못 하고 있지 않은가. 이래선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 새벽 배송이 가능해지려면 유통산업발전법을 고쳐야 하는데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골목상권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를 들어 꿈쩍도 않는다. 정부와 국회는 이참에 유통 분야의 낡은 규제를 과감히 풀어 공평한 영업 여건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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