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결혼을 앞둔 이모(33) 씨는 서울 종로의 A귀금속에서 금(金) 시세를 알아보다 크게 오른 금값에 깜짝 놀랐다. 주말인 지난 16일 순금 한 돈 가격은 상품에 따라 44만~48만대에 거래돼 50만원대에 육박했다. 그럼에도 이 씨는 목걸이, 팔찌, 반지 등 다양한 금 상품을 예물로 구매했다. 이 씨는 “천천히 예물을 준비할까 했는데 금값이 더 오를 것 같아서 미리 구매 했다”며 “금은 우리 부부의 자산이기 때문에 금값이 비싸도 기분 좋게 준비했다”고 만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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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이 ‘금값’이다. 최근 국내외 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내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기대감이 금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다변화 시도 역시 금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7일 KRX 금시장에서 1g짜리 금 현물의 가격은 9만2330원을 기록하며 종가기준으로 최고가로 거래를 마쳤다. 이후 지난 11일엔 장중에 9만2670원까지 오르며 2014년 KRX 금시장이 거래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고가를 기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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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금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이 골드바를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팔려나간 골드바는 약 66억1922만원어치에 달했다. 월간 기준으로 지난해 10월(약 79억원)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지난해 11월(34억원), 12월(51억원), 올해 1월(56억원), 2월(66억원) 등 꾸준히 증가했다. 금 가격은 최근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감과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 매수세에 힘입어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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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지정학적 리스크와 정책 불확실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는 견조할 전망” 이라며 “여기에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이 금 가격 추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인도 등 중앙은행이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금 보유량을 꾸준히 늘린 것도 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강동희 신한PWM강남센터 PB팀장은 “현재 생산비용 증가로 생산량이 정체되고 있지만 수요는 과거 수준을 넘어서고 있어 금값 강세는 당연해 보인다” 며 “올해도 중앙은행의 금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이러한 수요는 금 가격의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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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은 앞으로 더 오를 전망이다.
이미 금값은 JP모건이 예상한 올 연말 전망치(2175달러)를 넘어섰다. 자산운용사인 스테이트스트리트는 ‘미국에 경기 침체가 찾아오고 연준이 적극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금값이 연내 최대 24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증권사인 NH투자증권은 올해 금값이 2000~2330달러를 오갈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의 나타샤 카네바 글로벌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금이 JP모건이 추천하는 상품 1위”라고 밝혔다.
카네바 책임자는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출연해 “2022년 12월에 금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했다” 며 “2년 연속 우리가 가장 추천하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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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의 목표가는 2300달러” 라며 “2500달러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시장은 지나치게 들뜨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값이 랠리를 이어가면서 월가에서는 은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은값 상승세는 금값 상승세에 못지않다. 최근 은 선물 가격은 온스당 24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귀금속 투자자산인 동시에 산업재 성격이 짙은 은의 경우 태양광 패널, 자동차, 가전제품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글로벌 경기 개선 시 은값의 오름세가 금값을 뛰어넘어 최근 10년 이래 최고치인 온스당 30달러를 찍을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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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귀금속 업체 휘턴 귀금속의 랜디 스몰우드 최고경영자(CEO)는 “은은 금을 따라 움직이지만 더 늦게 움직인다. 은의 상승세는 항상 금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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