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황선홍 임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체제로 처음 치른 훈련은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주장’ 손흥민(31∙토트넘)과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의 충돌 논란에 ‘카드 게이트’와 대표팀 스태프의 유니폼 뒷돈 거래 의혹까지 한국 축구가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잡음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첫 훈련에 나서 설렘을 감추지 못한 선수도 있었다. 바로 1990년생으로, 33살 333일의 역대 가장 늦은 나이에 A대표팀에 발탁된 기록을 세운 ‘베테랑 공격수’ 주민규(33∙울산 HD)다.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뽑힌 주민규는 “막내라 생각하고 머리 박고 간절히 뛰겠다”고 소감을 밝혔듯, 미소 속에서도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훈련에 매진했다.
‘늦깎이 대표팀’ 주민규가 과연 스트라이커 자리를 꿰찰 수 있을까. 주민규와 ‘유럽파’ 조규성(26∙미트윌란) 중 황 감독이 스트라이커로 내세울 주인공에 관심이 쏠린다.
대표팀 첫 발탁의 영예를 안은 주민규는 대기만성형 스트라이커다. 연령별 대표도 지내본 적 없이 프로 생활을 이어오다 뒤늦게 성인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2015년 K리그2(2부) 서울 이랜드에 입단한 뒤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꾼 주민규는 이후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등극했다. 2021시즌 제주에서 22골을 퍼부으며 처음으로 K리그1 득점왕에 오른 그는 지난 시즌 울산에서도 리그에서 가장 많은 17골을 집어넣었다. 지난 3시즌 동안 국내 공격수 최다인 56골을 작성했다.
황 감독도 주민규에 대해 “3년간 K리그에서 50골 이상 넣은 선수는 없다. 더는 설명이 필요 없다”고 강한 신뢰를 보였다. 주민규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태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홈 경기에 나서면 최고령 A매치 데뷔 기록(33세 343일)을 세울 전망이다.
이를 위해선 주민규가 원톱 경쟁에서 ‘붙박이 공격수’ 조규성을 넘어야 한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주전 스트라이커로 떠오른 조규성은 지난달 막을 내린 카타르 아시안컵까지 스트라이커 자리를 지켰다. 다만 조규성은 아시안컵에선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결정적인 동점 헤더골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이 외에는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부진을 이어가던 소속팀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 18일 바일레BK와의 경기에서 페널티킥 골을 기록하며 리그 10골로 득점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과거 K리그에서 득점왕 경쟁을 펼치던 주민규와 조규성은 대표팀에서도 공격수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한편 황선홍호는 외부 접촉을 최소화하며 태국전을 준비 중이다. 소집 첫날인 18일 훈련을 15분만 공개하고 선수들의 인터뷰를 금지 한 대표팀은 19일엔 전면 비공개로 훈련을 진행했다. 전날 입국한 손흥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도 첫 훈련에 나섰다. ‘내분 논란’의 중심인 이강인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태극전사가 모두 합류한 한국은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을 치른다. 이어 22일 태국으로 출국해 26일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4차전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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