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도피 출국' 의혹 이종섭 "조사받을 기회 있길”… 4월 총선 때까지 머물듯

입력 : 2024-03-21 13:35:57 수정 : 2024-03-21 13:41:2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방산 협력 6개국 공관장회의’ 참석하려 이날 오전 입국
“의혹 사실 아냐…일정 조율 잘 되길”
박정훈 전 수사단장 변호사 “피의자 법정 부를 것”

지난해 수해 실종자 수색 작업 중 순직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에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정부 회의 참석을 이유로 21일 귀국했다. 이 대사는 “조사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했다.

 

이 대사는 이날 싱가포르를 경유한 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로 지난 10일 호주로 출국한 지 11일 만이다.

 

'해외 도피' 논란을 일으킨 이종섭 주 호주 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후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10일 호주대사로 부임한 이 대사는 지난해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조사에 외압을 행사했단 의혹을 받고 정치권으로부터 '도피성 출국'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공동취재

이 대사는 취재진에 “임시 귀국한 것은 방산 협력과 관련한 주요국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함”이라며 “체류하는 동안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일정 조율이 잘 돼서 조사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저와 관련해 제기됐던 여러 가지 의혹들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렸다”고도 말했다.

 

취재진의 연이은 질문에 이 대사는 뚜렷한 답을 하지 않고 “수사 문제는 수사기관에서 말씀드리겠다”고만 말하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 대사가 참석하는 회의는 오는 25일부터 호주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6개국 주재 대사가 참석하는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이다. 외교부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공동 주관으로 주요 방산 협력 대상인 6개국 주재 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현지 정세와 시장 현황, 수출 수주 여건, 정책 지원방안 등을 논의하는 회의다.

 

그러나 전 세계 공관장이 모두 모이는 연례 재외공관장 회의가 다음달 말 한 주간 열린다. 방산 협력을 주제로 일부 공관장만 모아 별도로 국내에서 회의를 연 전례가 없어 이 대사의 조기귀국을 위해 급히 소집된 회의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이 대사도 연례 재외공관장 회의에 참석해 이를 이유로 귀국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이 대사는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참석 후 그 다음주에 “한·호주 간 계획돼 있는 ‘외교·국방장관 2+2 회담’ 준비와 관련한 업무를 많이 하게 될 것”이라며 “두 가지 업무 다 호주대사로서 해야 할 중요한 업무라 충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이은 회의로 이 대사는 다음달 10일 총선 무렵까지는 국내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다만 외교·국방장관 2+2 회담은 호주에서 열기 위해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현지에서 주재국 정부와 할 일이 많지 해당국 주재대사가 한국에서 준비해야 할 뚜렷한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가 이 대사를 언제 조사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수사 회피 논란이 일었지만, 대통령실은 이 대사 출국 논란과 관련해 공수처가 먼저 소환하는 것이 우선이며 소환 통보에는 언제든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공수처에 고발당해 피의자 신분인 이 대사를 정부는 주호주 대사로 임명했으나 수사 회피는 아니란 것이다. 이날 이 대사가 입국하면서 ‘조사받을 기회가 있길 바란다’는 발언도 비슷한 취지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출석하며 취재진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증인으로 신청해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단장은 채 상병 순직 관련해 수사를 하다가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군검찰에 기소됐다. 이날은 박 전 단장의 세 번째 공판이 있었다.

 

김 변호사는 ‘이종섭 전 장관을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이 대사에게) 물어야 할 게 분명히 있다”며 “이 재판에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고, (이 대사가)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단장은 지난해 8월2일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이 대사의 이첩 보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한 8명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한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결과 보고서’를 경북경찰청에 넘겼다. 이를 이유로 박 전 단장은 명령에 따르지 않아 기소됐다.

 

박 전 단장이 경찰에 보고서를 넘기기 전, 이 대사는 지난해 7월30일 수사 결과 보고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튿날 이 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고 이 대사가 입장을 바꾼 탓에 윗선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9월5일 이 대사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김 변호사는 “이종섭 (전) 장관은 피의자”라며 “피의자를 국가대표로, 중요 국가의 대사로 임명한 인사권 남용이야말로 이 사건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인사권 전횡을 일삼는 대통령과 법무부, 외교부의 방조에 힘입어 변칙적으로 출국금지를 해제한 뒤 출국한 피의자가 거꾸로 수사기관에 일정을 잡으라 한다”며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밝혔다. 이어 “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에는 다수가 연루돼 있고 이 대사는 주요 피의자기 때문에 관련자 수사가 충분히 진행된 뒤 소환하는 것이 수사의 기본”이라며 “소환 시점은 피의자 사정을 봐가며 정할 일이 아니고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국경을 넘나들며 수사기관을 조롱하는 이 대사의 태도가 기만적”이라고 비판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오마이걸 아린 '청순&섹시'
  • 오마이걸 아린 '청순&섹시'
  • 임지연 '여신의 손하트'
  • 이주빈 '우아하게'
  • 수현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