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명소라면서요? 진해군항제의 벚꽃을 보러 멀리서 왔는데 벚꽃 없는 벚꽃 축제가 웬 말인가요? 황당하기만 하네요.”
전국 최대 벚꽃 축제인 경남 창원의 진해군항제가 ‘김 빠진 콜라’ 신세가 됐다. 벚꽃 축제의 주인공인 벚꽃의 자취가 온데간데없어서다.
진해군항제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4월1일 개막했다. 2019년에는 하루 당겨 열렸고, 지난해에는 3월24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4월3일까지 진행했다.
1963년 제1회 군항제가 4월5일 개막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2주 정도 빨랐다.
벚꽃의 개화 시기가 예년보다 이를 것이라는 판단에 축제일을 역대 가장 빨리 앞당긴 게 결과적으로는 화근이 된 셈이다.
23일 오전 창원시 진해구 경화역. 이곳은 진해군항제가 열리는 진해구 일원 중에서도 여좌천 로망스 다리와 더불어 진해 벚꽃 명소로 알려져 있다.
경화역에는 800여m 철길을 따라 기다랗게 수백그루의 벚나무가 좌우로 늘어서 있다.
그런데 수많은 벚나무 중 대부분 아직 꽃망울만 맺혀 있을 뿐 꽃이 열린 나무는 몇 그루 되지 않을 정도로 아주 드물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관광 온 외국인들은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못 다 핀 벚나무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어대는 웃지 못할 장면도 연출됐다.
홍콩에서 왔다는 한 가족은 “벚꽃을 보러 이곳에 왔는데 벚꽃을 보지 못해 너무 아쉽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여좌천 로망스 다리 부근도 마찬가지.
여기엔 창원 벚나무 개화 기준을 지표로 하는 벚나무 표준목 3그루가 있는데, 지난해에는 3월21일 폈다.
하지만 올해는 아직 표준목에 벚꽃이 피지 않았다. 여좌천에 있는 다른 벚나무들도 아직 꽃망울을 터트리지 않은 상태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산책로 밑 여좌천 한가운데에 놓아둔 하트 형태의 장미 조화가 포토존 역할을 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23일 기준 36만 그루의 진해 벚나무 개화율은 5~10%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진해군항제에는 역대급 45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는데, 올해는 예상치를 크게 밑돌 것 같아 상인들도 울상이다.
부산에서 주말을 맞아 데이트를 왔다는 한 커플은 “벚꽃이 많이 피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 와서 보니 참담한 수준”이라며 “너무 성급하게 축제 시기를 결정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워했다.
10여년 동안 장사를 했다는 지역상인은 “진해군항제 축제 기간에 이렇게 관광객이 없기는 이번이 처음인 거 같다”며 “우리는 한철 대목 장사를 하는 상인들인데 이번에는 완전 망했다”고 토로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창원시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시는 최근 닥친 꽃샘추위가 벚꽃 개화 시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창원 평균 기온은 7.5도로, 지난해 9.9도보다 2도 이상 낮은 데다 같은 기간 일조 시간도 4시간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 관계자는 “27일쯤 진해 벚꽃이 펴서 축제 후반에 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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