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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영 aT 일본지역본부장 “韓 길거리 음식까지 즐기는 일본인 입맛 맞춤 전략 필요”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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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27 06:00:00 수정 : 2024-03-27 09: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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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입맛 한국화… 한국 먹거리 위상 탄탄
찌개류 등 HMR제품 시장 진입 확대 모색
홍삼 ‘기억력 개선’ 기능성 표시 가능해져

aT, 매년 도쿄국제식품박람회에 참가
바이어 초대·한국 식품 日에 소개 역할
수출로 다져진 맛·품질 소비자 사로잡아

日업체 생산 한국식품 늘며 시장 잠식에
‘K 푸드’ 로고 부착 한국산 지키기 노력
차별성 갖고 지속가능 제품 개발도 고민

지난 7일 일본 도쿄 고토구 도쿄빅사이트 5홀 한국관은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도쿄국제식품박람회(Foodex Japan)에 참가한 식품업체, 지방자치단체 등의 부스에서 한국 음식을 시식하고 수입 관련 상담을 진행하는 사람들이었다. 눈길을 끄는 건 포장마차 형태로 꾸민 부스에서 떡볶이, 순대, 오뎅 등을 맛보는 사람들이었다. 종이컵에 담긴 음식을 이쑤시개로 찍어 먹으며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길거리 음식을 즐기는 한국인들의 분위기와 같았다. 한국관을 꾸민 윤상영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일본지역본부장은 변화하는 수요에 맞춘 새로운 시도 중 하나라고 했다.

 

윤상영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일본지역본부장이 26일 일본 도쿄 신주쿠구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 내 한국식품 현황, 시장 규모 확대를 위한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한국식품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젊어지고 다양해졌습니다. 한국 드라마에서 본 길거리 음식을 먹어보고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거죠.”

한류로 대표되는 일본 내 높아진 한국의 위상은 먹거리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좀체 바꾸는 게 쉽지 않은 입맛에서마저 한국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건 일본에서 한국문화가 그만큼 탄탄하게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한국식품의 일본 진출을 이끄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aT의 윤 본부장을 26일 도쿄 신주쿠구 요쓰야 사무실에서 만나 일본 내 한국식품 위상과 앞으로의 과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도교국제식품박람회는 어떤 행사인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식품전문 박람회다. 신제품 발굴과 정보 수집을 위해 일본 내 거의 모든 바이어들이 찾는 행사라 참가업체 입장에서는 일본에 제품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다. 올해 박람회를 찾은 바이어는 지난해보다 3% 정도 증가한 7만6000명 정도였다.”

 

일본 도쿄 고토구 도쿄빅사이트에서 지난 5∼8일 열린 도쿄국제식품박람회 한국관에 관람객들이 몰려 북적이고 있다.

—박람회에서 aT 역할과 한국업체 참가 현황은.

“많은 바이어들이 한국관을 찾도록 초대장을 보내고, 눈에 잘 띄도록 부스 디자인을 했다. 한국관 내에 테마관 및 홍보관도 운영했다. aT는 36년 전부터 박람회에 참가해 왔다. aT가 참가하는 24개 전 세계 식품 관련 종합박람회 중에 가장 큰 규모로 한국관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 유통되는 한국식품 대부분이 이 박람회를 통해 처음 일본에 소개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올해는 70개 업체가 참가했고, 지난해보다 약 4.7% 증가한 약 9500만달러(약 1274억원)의 상담실적을 거뒀다.”

—일본 내 한국 식품 시장 규모는.

“일본 재무성 무역통계로 보면 한국에서 수입한 식품은 지난해 기준 약 3500억엔(3조1000억원) 정도로 파악된다. 일본 도착 가격으로 집계한 것이라 판매액으로 환산하면 2∼3배는 되지 않을까 싶다.”

—일부 식품에 ‘기능성 표시’가 가능해졌는데.

“일본 정부에서 2015년 4월부터 건강에 유익하다는 정보를 식품 포장에 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성표시식품제도’를 시행했다. 시장 규모가 점차 커져서 지난해에는 5930억엔(5조2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한국식품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홍삼, 당조고추, 생들기름 등의 몇몇 품목에 대해 기능성표시식품 등록 준비를 해왔고, 올해 처음으로 시장 출시가 가능해졌다.”

—허가를 받는 데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홍삼의 경우 한국에선 혈액순환, 간기능 개선, 기억력 개선 등 6가지 기능 표시가 가능하지만 일본에서는 기억력 개선 하나만이 가능하다. 각각의 기능을 증명할 수 있는 논문이나 임상실험 결과가 있어야 한다. 기존의 논문 등은 환자들이 먹었을 경우의 효과를 분석한 것이라 건강한 사람이 먹었을 때의 개선효과를 보여주는 자료를 따로 만들어야 했다. 일본 전문가들에 맡겨서 기억력 개선에 좋다는 걸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고, 올해 처음 ‘기억력 개선에 좋다’는 문구가 들어간 홍삼 제품 판매가 가능해졌다. 다른 기능에 대해서도 근거를 마련해 기능성 표시를 늘려갈 계획이다.”

한국 음식, 식재료를 파는 식당과 가게가 몰려 있는 도쿄 신주쿠구 신오쿠보는 늘 북적인다. 한국어 간판과 한국의 술, 음식 사진을 내건 식당 앞에 줄지어 서 있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중에는 한국에 가지 못하는 일본인들이 몰리면서 더 성황을 이뤘다는 말도 있다. 일본 내 한국 식품이 저변이 튼실하고 확산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일본인들의 입맛에 어떤 변화가 진행 중인 걸까.

“한류가 유행하면서 한·일 간 왕래가 잦아져 한국 음식을 접할 기회가 늘어 한국적인 매운 맛에 익숙해진 듯 보인다. 신라면의 정착이나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대표적이다. 한식 찌개류, 쭈꾸미볶음과 같은 HMR(간편하게 조리해 먹는 가정식 대체식품) 제품도 서서히 일본시장 진입을 확대하는 중이다.”

 

—역시 한류가 큰 역할을 한 것인가.

“단연 한류의 영향이 크다.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모으면서 ‘별 관심 없던 한국 식품’에서 ‘욘사마가 드시는 식품’으로 이미지가 180도 바뀌었던 것이 가장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중장년 여성이 중심이었다. 이들이 한국에 있는 유명식당에 가서 삼계탕, 불고기, 비빔밥 같은 음식을 먹는 게 주였다면 이제는 (한류 드라마에서 본) 포장마차, 시장에서 떡볶이, 순대 같은 걸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입맛이라는 게 쉽게 바뀌지 않아 한·일관계가 경색되었을 때에도 한국식품 소비는 크게 꺾이지 않았다.”

—다른 요인이 있다면.

“최근엔 맛과 세련된 디자인에 주목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내수시장이 크기 때문에 식품업체들이 해외시장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지만 한국은 오래전부터 식품 수출에 힘을 쏟아왔다. 꼼꼼하기로 소문난 일본 바이어들의 조건에 맞춰가면서 품질을 높였고, 높아진 품질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을 했다. 결과적으로 최근에 일본으로 들어오는 제품들은 서구화된 맛과 디자인의 제품이 많다. 이런 한국식품이 일본 바이어들의 눈에는 매우 세련되게 보인다고 한다. 세계화를 서둘렀던 한국식품이 갖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생산되는 한국식품도 많나.

“김치가 그렇다. 예전에는 한국산만 있었지만 이제는 일본에서 생산되는 게 85% 정도이고, 한국에서 만든 건 15% 정도에 머물고 있다. 식당에 납품되는 중국산 김치도 조금씩 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규모가 커진 것이지만 우리 시장을 빼앗긴 측면이 있다. 차별성을 갖고 지속가능하게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식품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한국산 제품을 지킬 대책은.

“김치, 삼계탕 등 몇몇 품목만 지원하면 됐던 과거와 비교하면 한국식품이 워낙 다양해져 상품 하나하나를 지원하는 게 힘들어졌다. 그래서 K푸드 로고를 제작해 우수한 제품에 붙이고 있다. 로고 마크를 2021년에 만들어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40개국에 상표출원을 등록하고, 한국산 식품에만 부착하는 것이다. 원조가 어디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식품이 인기를 끌자 일본 업체가 만든 제품에도 한글 표시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K푸드 로고를 통해 ‘이게 진짜 한국산’이라는 걸 보여주는 거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개척한 시장을 지켜내야 한다.”

—해외시장에 한국식품 진출을 확대하려면.

“식품 수출을 왜 해야 하는지를 말씀드리고 싶다. 가끔 수출 비중이 1%대에 불과한 식품 수출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나, 수출 때문에 국내 가격만 올리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제 대답은 수급 조절을 통해 농가 소득을 지지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득 지지를 통해서 국내 식품 생산기반이 유지될 수 있고, 크게 보면 식량안보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믿는다. 따라서 농식품 수출은 농가의 소득 기여도, 국내 식품산업 육성과 반드시 연계돼야 한다. 일본을 비롯해 미국,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현지 생산되는 한국식품이 늘어나고 있다. 식문화 전파는 되고 있으나 국내 농가와 식품산업 육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거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윤상영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일본지역 본부장은…

 

●1973년 경기 출생 ●인하대 일어일본학과 학·석사 ●aT 오사카지사장 ●aT 식품수출, 마케팅지원 부장 ●2023년 2월~ aT 일본지역본부장 겸 도쿄지사장


도쿄=글·사진 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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