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 등 대기업들이 앞다퉈 대규모 투자·채용 계획을 내놓고 있다. 어제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국내에 68조원을 투자하고 8만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 규모로 연평균 22조7000억원에 달한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로보틱스 등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LG도 2028년까지 5년간 국내에 10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총 투자액의 65%에 해당한다. LG는 연구개발(R&D) 분야에만 50조원 이상을 투자해 인공지능(AI), 바이오, 배터리,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의 첨단 핵심 연구기지를 육성할 계획이다.
초유의 경제위기 속에서 대기업들이 ‘투자’, ‘채용’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무엇보다 자동차 산업은 다른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크다. 현대차의 이번 결정으로 직접 채용과 부품산업 고용유발 인원까지 합친 낙수효과는 19만8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취업난을 겪는 청년층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투자액의 대부분이 국내에 집중되는 점도 고무적이다. 국내 제조업 공동화(空洞化) 우려를 불식하고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자극한다는 점에서도 환영할 만하다.
이젠 정부가 화답할 때다. 선진국들이 반도체 분야에서 천문학적 지원금을 쏟아붓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대기업 특혜’라는 색안경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생산 및 R&D에 527억달러(70조원)의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일본·중국·유럽연합(EU)의 ‘쩐의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가 어제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열어 특화단지 기업 부담분에 대한 국비지원 최저비율을 총 사업비의 5%에서 15%로 올리는 내용의 간접 지원방안을 내놨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드는 건 기업이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반기업 규제를 혁파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투자, 고용, 혁신의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다. 노동개혁도 간과해선 안 될 중대 과제다. 그간 현대차가 해외공장 신·증설에 치중하면서 국내 투자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은 것도 실상은 각종 규제와 강성노조 등이 단초를 제공한 측면이 크다. 외국 기업들도 최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조사에서 아시아 비즈니스 허브의 한국 설치 걸림돌로 과도한 노동 규제를 꼽았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선진적 노사관계 등 노동개혁에 속도를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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