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황상무 이어 이종섭 사퇴 건의”
野 후보 ‘부동산 의혹’ 파상공세 나서
의대 증원 갈등 해결 여부도 촉각
개혁신당과 단일화 카드도 ‘만지작’
4·10 총선 사전투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수세에 몰린 여권이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도피 출국’ 논란을 빚은 이종섭 주호주대사 사퇴로 내부 악재를 떨쳐내고 야권 후보들의 ‘부동산 의혹’을 공격하며 외부로 화살을 돌리는 전략이다. 의대 증원 문제로 불거진 의정갈등 해결과 개혁신당과의 단일화 가능성도 반격 카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대통령실은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외교부 장관이 제청한 이 대사의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이 대사가 사의를 표명하고, 외교부가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한 지 약 9시간 만에 면직안을 재가한 것이다. 이 대사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주호주대사에 임명돼 논란이 일었고, 임명 25일 만인 이날 자진 사퇴했다.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에 이어 이 대사까지 사퇴한 데는 민심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참패한다는 여권의 위기감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법적·행정적 문제가 없다며 해임을 거부해왔던 윤 대통령의 입장 선회 역시 여당의 패색이 짙어지자 정무적으로 수용 가능한 사안부터 받아들이며 불통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경기 평택 지원유세에서 “황 수석 문제가 불편하고 문제 있다고 했을 때 제가 그만두게 건의했고 그걸 관철했다”며 “이 대사도 귀국해야 한다고 해서 설득했고, 저도 건의했지만 사퇴했다”고 말했다. 또 한 위원장은 “앞으로도 정부가 맘에 들지 않게 하는 일이 있으면 제게 얘기해달라. 여러분이 지적할 때마다 그때그때 힘들어도 비판받아도 반성하고 반응하고 있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장기화되고 있는 의정갈등도 선거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 한 위원장이 ‘이종섭·황상무 사태’에 이어 의정갈등 국면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대통령실은 의대 정원 확대는 ‘국가 미래와 국민 건강이 달린 문제’라면서 2000명 규모 증원에 손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의정갈등 해결이 호재가 될 수 있는 여당에서는 연일 다급한 목소리가 나온다. 함운경(서울 마포을)·최원식(인천 계양갑) 후보 등 민주당 출신 후보 모임인 ‘체인저벨트’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이 직접 의료계와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판세 역전을 위해 최근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고리로 한 공세에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 유세에서 민주당 양문석(경기 안산갑)·공영운(화성을)·문진석(충남 천안갑) 후보 등을 언급하며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그 사람들이 정말 권력을 장악할 것이고, 여러분처럼 법을 지키며 사는 선량한 사람들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 위원장은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박은정 후보의 배우자인 이종근 변호사의 ‘전관예우 거액 수임’ 논란을 거론하며 “여러분 22억을 며칠 만에 버는 방법을 아시냐. 박은정 부부처럼 하면 된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조국이 말하는 검찰개혁은 고위직 검사가 직을 그만두고 얼마 되지 않아 한 건에 22억원씩 땡겨가는 전관예우가 양성화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개혁신당과의 단일화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화할 준비는 돼 있다”고 말했다. 단일화에 비교적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최근 판세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 사무총장은 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서 전체 254개 선거구 중 170여곳에 대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전날 보고받았다며 “경합지역, 아니면 우세였는데 열세로 돌아선 곳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단일화에 대해 “공식적인 제안도 없고, 저희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개혁신당으로서도 답보 상태의 지지율과 지역구 후보자들의 거듭된 이탈 속 ‘반전 카드’가 필요한 상황이라 양당의 단일화 불씨는 쉽사리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