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빠 나야. 지금 바빠? 폰고장 나서 PC로 문자하고 있는데 보는대로 답장줘.”
5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아들에게 이같은 문자를 받고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아들이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를 할 텐데 도움을 암시하는 문자를 보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생각한 김씨는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문자를 보낸 진위여부를 확인한 결과 불법 스팸 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씨는 “폰이 고장난 아들이 수리비를 보내달라는 문자였다”며 “자칫 스미싱 피해를 당할뻔 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2. 60대 주부 이모씨는 최근 ‘카드가 발급됐고 본인이 신청한 사실이 없으면 연락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이씨는 가족 중에서 신청한거 같아 별다른 의심 없이 발신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카드사 직원을 사칭한 사기범은 이씨 명의의 통장이 중고거래 사기에 연루됐고 구속 수사를 면하려면 공탁금을 이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이씨는 아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려 피해를 막았다.
한동안 감소 추세였던 보이스피싱 범죄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문자메시지로 수신자를 속여 금전적 이득을 노리는 스미싱 범죄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과거와 달리 공공기관이나 지인을 사칭하는 문자가 많다.
31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해 스미싱 문자 탐지 건수는 모두 50만330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95만843건, 2021년 20만2276건, 2022년 3만7122건으로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다 다시 큰 폭으로 늘어난 모양새다. 유형별로는 공공기관과 지인을 사칭한 스미싱 문자가 급증하고 있다. 건강검진 진단 결과나 교통 법규 위반 과태료를 안내하는 것처럼 속인 공공기관사칭 문자는 지난해 35만10건으로 전체 탐지 건수의 69.5%였다. 전체 스미싱에서 공공기관 사칭 문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1.3%, 2021년 8.2%, 2022년 47.8% 등으로 상승세다.
청첩장이나 부고장으로 위장한 지인 사칭 문자도 지난해 5만9565건으로 11.8%를 차지했다. 2020∼2022년에는 전체 스미싱 중 지인 사칭 문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0.1% 안팎에 그쳤다는 점에서 증가세가 가파르다.
김은성 KISA 탐지대응팀장은 “원래 택배 사칭 문자가 절반 이상이고, 공공기관이나 지인을 사칭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는데 작년에 갑자기 늘어났다”며 “공공기관 사칭 중에서는 건강검진이 제일 많고 과태료 부과가 그다음이다. 교통 외에 쓰레기 무단투기 과태료로 위장한 문자도 많다”라고 말했다.
최근 카드 발급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한 스미싱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무료 쿠폰 제공’, ‘모바일 청첩장’, ‘카드 발급 및 사용’ 등의 메시지를 보내고 인터넷 주소나 전화번호를 클릭하도록 유도해 금전적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카드 발급 관련 스미싱 문자의 경우 ‘○○카드 고객님(5566) 카드가 발급됐습니다. 본인 요청이 아니시면 사고 예방 접수 바랍니다’와 같은 내용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경남 사천에 거주하는 50대 A씨는 문자메시지로 들어온 ‘모바일 청첩장’을 눌렀다가 7000만원대의 대출 사기를 당했다. A씨는 이달 초 모바일 청첩장을 빙자한 문자메시지를 받고 그 메시지의 인터넷주소(URL)를 눌렀다. 이후 A씨의 휴대전화에 악성 앱이 설치돼 개인정보 유출과 함께 남성 명의의 대출이 실행됐고 결국 7000만원 상당의 대출피해를 입었다.
금융사기도 유의해야 한다.
스미싱 문자메시지에서 웹 주소(URL)를 클릭하면 휴대전화 원격조종 앱·개인정보 탈취 프로그램 등 악성 앱이 설치돼 보이스피싱 등 금융 사기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스미싱으로 의심되는 문자메시지나 메신저 대화를 수신했을 때는 메시지 속에 포함된 웹 주소나 전화번호를 절대 클릭하지 말고 메시지를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상대방이 앱 설치나 계좌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경우 심각한 재산상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상대방 요구에 응하지 말고 전화를 끊거나 메시지를 무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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