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는 빼고, 아베파는 엄벌’
일본 정치권을 뒤흔들어 놓은 자민당 파벌의 비자금 조성 파문 수습책의 골자다. 비자금 파문의 당사자들임에도 징계 내용에 여론을 의식한 엄격함과 당내 사정을 고려한 안일함이 공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아사히신문, NHK방송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은 비자금 조성 파문과 관련해 아베파, 니카이파 39명에 대한 징계 방침을 정했다.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금액이 지난 5년간 500만엔(약 4400만원) 이상인 의원들이 대상이다. NHK는 “아베파 간부인 시오노야 류 전 문부과학상, 세코 히로시게 전 참의원(상원) 간사장에게 탈당을 권고하는 방향으로 조정 중”이라고 전했다. 탈당권고는 제명에 이어 두번째로 무거운 징계다. 아베파 사무총장을 지낸 마쓰노 히로카즈 전 관방장관, 다카기 츠요시 전 국회대책위원장과 하기우다 고이치 전 정조회장 등에 대해서는 무거운 징계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비자금 조성 사실이 확인된 기시다파, 니카이파를 이끈 기시다 후미오 총리, 니카이 도시히로 전 간사장에 대해서는 징계를 보류하는 것으로 정리되는 상황이다.
애초 기시다 총리도 징계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검토됐다. 하지만 “현직 총리에 대한 처분은 어떤 내용이라도 막다른 골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류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사히는 “8단계의 처분 중 2번째로 가벼운 ‘경고’로는 ‘너무 가볍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올 것이 확실하다”며 “3번째인 ‘당직정지’를 할 경우 총리직은 가능해도 자민당 총재가 아니게 되어 제1당 당수가 총리가 되는 (일본) 의원내각제의 본질이 흔들리게 된다”고 분석했다.
불기재 금액이 가장 많은 니카이 전 간사장이 징계 대상에서 제외된 데는 그가 파벌의 영수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를 징계할 경우 니카이파 전체에 대한 징계로 받아들여져 자민당 내 갈등이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아사히는 “니카이 전 간사장을 징계하면 니카이파의 불만이 터져나올 수 있다”는 자민당 간부의 말을 전하며 “기시다 총리 징계를 요구하는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짚었다. 니카이 전 간사장이 지난달 다음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점도 이런 결정의 근거가 됐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그치지 않고 있다. 아사히는 “총리 관저 내부에는 비자금 사건에 대해 당 총재로서의 감독 책임을 지는 방안도 존재한다”며 “감독 책임을 물을 경우 다른 당 간부에게도 책임 추궁이 확산된다는 점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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