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가 지난해 50만대를 돌파한 가운데 전기차 충전기 대수도 30만대를 처음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1.8대 가량이 충전기 1대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미흡한 급속 충전기 보급과 도시에 집중된 충전기 분포 등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대한 개선 요구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2021년부터 전기차·충전기 매년 10만대꼴 늘고 있어”
3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국토교통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전기차 통계가 공식적으로 잡히기 시작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54만3900대다. 2022년 38만9855대와 비교해 39.5% 증가했다. 전기차 누적 대수는 2020년 13만4962대로 처음 10만대를 넘긴 뒤 매년 10만대가량 또는 그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충전기 보급 대수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까지 충전기 보급 대수는 30만5309대로 집계되며 처음 30만대를 돌파했다. 전기차 충전기는 2019년 4만4792기, 2020년 6만4188기, 2021년 10만6701기에 이어 2022년 20만5205기로 매년 가파르게 늘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420만대(누적대수)를 보급한다는 목표에 맞춰 같은 시기 전기차 충전기는 123만기까지 늘릴 계획이다. 올해 목표는 ‘45만기까지 확충’이다.
충전 시설이 계속 보강되면서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대수를 의미하는 ‘차충비’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전기차 등록 대수가 2만5000대 수준에 불과했던 2017년을 제외하고는 2018년부터 충전기 1대당 2대 정도의 수치를 보였고, 2022년 1.93대에 이어 지난해 1.78대를 기록했다.
세계 주요국들과 비교해도 전기차 충전기 보급 실적은 우수한 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충전기 1기당 전기차는 유럽의 경우 13대, 중국은 8대였다. 세계 평균은 10대였다.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 부족은 여전…‘완속’·‘수도권’ 집중
국내 전기차 충전기 가운데 완속 충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급속 충전기 보급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보급된 충전기 중 완속 충전기는 27만923대인 데 비해 급속 충전기는 3만4386대에 그쳤다. 완속이 급속보다 8배 이상 많이 보급된 셈이다.
국내에 30만기 이상 충전기가 운영되지만 도시와 지방의 충전기 대수가 불균등한 상황이기도 하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률과 인구 수 영향으로 전체 충전기의 49%가 서울, 경기, 인천에 설치돼 있다.
‘충전 인프라’에 대한 불만은 국내 전기차 운전자들이 주변에 전기차 구매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 1위로 꼽히기도 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7월 전기차 이용자 2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기차를 추천하지 않는 응답자들은 그 이유(중복 응답)로 ‘충전 인프라 부족’(35.7%)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어 ‘안전성 및 신뢰성 부족’(18%), ‘차량 가격 부담’(17.1%) 등이었다.
◆충전 인프라 구축에 발벗고 나선 완성차 업체들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판매 증가에 따라 충전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충전의 불편을 해소해야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고, 전기차 인프라 확대가 시장 확대의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국내 초고속 충전 서비스 이피트(E-pit) 500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2021년 4월 현대차그룹이 충전 서비스를 시작하며 전국에 설치한 충전기 대수(72기)와 비교하면 600% 증가한 수준이다. 그룹은 국내 전기차 사용자의 충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충전기 양적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벤츠는 올해 세계 최초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문을 열 마이바흐 전용 전시장에 최대 350㎾의 고출력 전기차 충전 시설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25개의 고출력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약 150개의 충전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BMW코리아도 전기차 충전소인 ‘BMW 차징 스테이션’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차징 스테이션은 BMW 그룹의 전동화 모델뿐 아니라 국내 모든 전기차 운전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에 개방하고 있다.
BMW코리아는 올해 총 1000기 이상의 전기차 충전기를 확충하는 ‘차징 넥스트(Charging Next)’ 프로젝트도 전개한다. 이를 통해 총 2100기 규모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갖출 계획이다. 이에 더해 고속도로에는 충전과 휴식을 겸할 수 있는 신개념의 ‘BMW 허브 차징 스테이션’도 구축할 예정이다.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EX30 출시를 준비 중인 볼보는 올해 충전 서비스센터 6곳 이상을 추가해 전국 총 40곳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을 1800여대 판매한 포르쉐는 내년까지 급속과 완속 충전기 250기 이상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고객이 원할 때 충전 서비스 이용할 수 있어야”
국내 ‘톱3’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도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속도와 시간 등 충전기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전기차 산업 전시회 ‘EV 트렌드 코리아’에서 개최된 ‘EV 360°콘퍼런스에서 이브이시스(EVSIS) 오영식 대표는 “고객이 느끼는 불편함은 충전소 접근성과 충전 시간, 충전 인프라 품질로 정리된다”며 “충전기 제조 3사는 전기차 충전 방식과 충전 속도에 대한 연구 투자와 실증사업을 진행해 전기차가 확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채비 최영훈 대표도 “고객이 원하는 충전 인프라에 투자하기, 고객이 원할 때 충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기, 원하는 장소에서 충전 이상의 경험 제공하기 등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채비는 4400기의 급속과 초급속 인프라를 운영 중이고, 국내 10개 권역에 애프터서비스(AS) 지사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SK시그넷 신정호 대표는 “충전 속도를 개선하기 위해 100∼200킬로와트(㎾) 충전기가 대부분인 국내 시장에 350㎾급 충전기를 판매하고, 충전기 가동률을 위해 충전기 통합 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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