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차질 우려에 장중 1.5% ↓
지진 직접피해는 크지 않을 듯
대만을 강타한 강진은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는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까지 긴장시켰다. 대만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를 포함한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TSMC는 25년 만에 가장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공장이 흔들리자 생산라인 직원들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이 기업은 지진 이후 낸 성명을 통해 “회사의 안전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면서 “현재 이번 지진의 영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발표했다.
지진이 발생한 동쪽 해안이 아닌 대만 서쪽에 공장들이 주로 몰려 있어 직접적인 지진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추산됐다. 현지 언론 공상시보는 “현재까지의 추산에 따르면 지진의 영향을 받은 작업 시간이 대략 6시간으로 2분기 실적에 미칠 영향은 6000만달러(약 809억원) 수준으로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대만 2위 파운드리업체인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도 신주과학단지와 타이난에 있는 일부 공장의 가동을 멈췄으며, 직원들도 대피시켰다. 애플 협력사 대만 폭스콘도 강진 후 검사차 일부 생산라인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피해가 없었음에도 이날 장초반 대만 주식시장에서 TSMC 주가가 한때 1.5%까지 하락했다. 이후 낙폭을 다소 줄였지만 향후 TSMC가 대형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영향권 내에서 안정적으로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시장에 남았다.
무엇보다 TSMC는 AI 열풍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엔비디아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거대기술)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기업이다. TSMC가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빅테크 기업은 물론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까지 영향이 미친다.
블룸버그는 TSMC와 UMC, 세계 최대 반도체 후공정업체인 ASE 테크놀로지 홀딩스 등 대만 반도체기업의 생산시설이 지진에 취약한 지역에 입주해 있으며, 정밀하게 만들어진 이들 기업의 반도체 장비는 지진으로 인한 미세한 진동으로도 전체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영향 속 대만 반도체 업체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 증시 전체가 약세를 보였다. 이날 일본을 제외하고 가장 큰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가지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아시아 지수는 대만 강진 소식이 전해진 후 전거래일 대비 0.7% 하락했다. 강진 여파로 남부 섬 지역에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던 일본의 닛케이 지수는 0.97% 내렸고, 대만 자취안 지수도 0.63%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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