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 지역서 지면 국힘이 과반 돼
여론조사 외면하라” 지지층 규합
“사람 잘 써, 공천 잘했다” 자찬도
장예찬 인근서 “李, 법카 사과하라”
유세장 양측 지지자 한때 몸싸움
“우리는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단 0.73%(포인트) 차이로 이 나라 운명이 갈렸다는 것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2대 총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4일 보수 강세 지역으로 평가받는 영남권을 두루 순회하며 시민들에게 이같이 호소했다. 2년 전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발의 차로 석패했던 아픈 기억까지 소환하며 막판 지지층 규합에 나선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삼나구’(3표가 나라 구한다) 캠페인을 주도했던 이 대표는 “지금의 선거 결과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여론조사는 앞으로 완전히 외면하라”고 했다. 그는 “중요한 건 ‘투표하면 이긴다’, ‘포기하면 진다’ 두 가지다”라며 “박빙 지역에서 국민의힘이 승리, 민주당이 패배해서 그들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순간에 입법까지 좌우해서 온갖 법을 개악시킬 것이고, 개혁 입법을 막을 것이고, 국회에 유일하게 남은 국정감시 견제 세력이 제 기능을 못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간 재판 출석 등 일정상 서울과 인천지역으로 보폭이 제한됐던 이 대표는 전날 제주 및 경남 일대를 돈 여세를 몰아 이날은 부산 중구와 영도구, 부산진구를 비롯해 울산과 대구까지 종횡무진을 이어가며 10개 유세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유세의 초점은 정권 심판론의 불씨를 키우는 데 맞춰졌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내에서 총선 위기론이 터져나온 것에 대해 “드디어 무릎을 꿇고 국민들에게 눈물을 보이면서 읍소하기 시작했다”며 “잘못하면 권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날인 4월10일(본투표일)은 국민이 국민을 거역하는 정권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통보하는 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지자들에게 50개 지역구 판세가 박빙이라고 설명하며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도 있다”고 경각심을 일으켰다. 이 대표는 “그들이 무릎 꿇고, 큰절 하고, 눈물 흘리고, 혈서를 쓰면서 ‘잘못했다. 앞으로 잘하겠다’고 할지라도 지금까지의 잘못에 대해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엎드려 절하는 사과쇼에 넘어가선 안 된다”고도 했다.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 내분을 무색하게 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이 대표는 “제가 나름 사람 잘 골라 쓰는 편이다. 사실 이번 공천도 잘하지 않았나”라며 “정당 대표가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게 공천”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을 겨냥해선 “누구 근처엔 쓸 만한 사람이 없다”라며 “파 한 뿌리에 875원 이런 얘기 하는 사람밖에 없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에 비유했다.
이 대표는 부산역광장에서 투표 독려 행사 중 한 시민으로부터 기습적으로 큰절을 받고 당황하며 만류하다 맞절을 했다.
부산 수영구 유세에선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한 장예찬 후보로부터 뜻밖의 공세를 받기도 했다. 장 후보는 이 대표의 유세 현장 인근 길 건너편에서 이른바 경기도청 법인카드 의혹을 거론하며 “사과하라”고 반복해서 외쳤다. 이 대표는 “저게 장 후보의 품격 같다”라며 “참 못됐네. 이런 걸 선거방해죄라고 한다. 민주시민 여러분, 반응하지 말자. 귀엽게 봐주자”고 했다. 두 후보가 거리를 두고 확성장치로 ‘장군, 멍군’하는 사이 양측 지지자 일부는 한데 엉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울산에선 연설을 마친 이 대표를 향해 한 남성이 접근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20대 후반으로 지적장애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 해당 남성에게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귀가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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