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인문학(싯다르타 히베이루 지음, 조은아 옮김, 흐름출판, 3만5000원)=인간이 다른 동물과 달리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상상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인간만이 꿈에서 겪은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겼다. 꿈에 나타난 상징들로 인간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신전을 세우고 도시를 만들었다. 도구가 복잡해질수록 인간의 정신도 복잡해졌는데, 이때 꿈은 인류의 인지적 도약을 가능케 했다. 세계적 신경과학자 싯다르타 히베이루 교수가 19년간 과학뿐만 아니라 역사와 예술을 넘나들며 꿈과 수면이 인간 인지력 향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집대성한 책이다.
이 레슨이 끝나지 않기를(제러미 덴크 지음, 장호연 옮김, 에포크, 2만3000원)=저자는 미국과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는 유명 피아니스트다. 여섯 살 귀여운 꼬마가 테크닉과 표현과 감정을 고민하며 음악과 인생을 이해하는 성숙한 30대 청년 피아니스트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렸다. 한 사람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기까지 우리는 알 수 없었던 무대 아래의 시간들이 상세하면서도 유쾌하게 펼쳐진다. 지루하고 고된 연습, 이해할 수 없는 레슨들, 피할 수 없었던 콩쿠르 준비 과정, 전율이 일었던 영감의 순간들, 작고 큰 성공과 실패가 이어진다.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이 책을 ‘음악 교사들에게 바치는 러브레터’라고 표현했다.
동물 윤리의 최전선(이노우에 다이치 지음, 정혜원 옮김, 두번째테제, 2만5000원)=비판적 동물 연구(CAS)라고 불리는 새로 대두하는 학제적 접근법을 소개하는 책. 극단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생육 환경이나 기상천외한 실험 등 철저하게 타자로 분류된 동물이 인간에 의해 착취당하는 사례를 고발한다. 동물 착취가 인간사회 구조와 맞닿아 있다고도 지적한다. 수렵은 사냥능력에 따라 남성과 여성 사이의 서열을 만들었으며, 가축을 농경에 이용하면서 이룬 생산성 향상은 상·하층민의 구분을 더욱 공고히 했다는 것이다.
최은희와 괴물들(파트릭 슈페트 글, 셰리 도밍고 그림, 추영롱 옮김, 아모르문디, 2만원)=1950년대 한국 인기 영화배우였던 최은희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담은 그래픽노블이다. 최은희가 1950·1960년대 배우로 승승장구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남편과 다양한 영화를 제작했지만, 독재정권의 통제 탓에 자유롭게 상영하지 못하던 어려움, 남편의 외도에 따른 고통 등도 담겼다. 작가는 영화 ‘불가사리’를 우연히 본 뒤 최은희·신상옥 부부의 영화 같은 실화에 매료돼 이 작품을 만들었다.
살림지옥 해방일지(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박재현 옮김, 21세기북스, 1만8000원)=일본의 대형 신문사에서 바쁘게 일하며 늘 어수선한 방에서 지내던 저자는 퇴사 후 집안일을 즐길 수 있게 된 경험을 소개한다. 집안일이 괴롭고 힘들었던 이유는 폭주하는 욕망 때문이었다고. 퇴사 후 월급이 끊긴 저자는 냉장고도 도시가스도 없는 좁은 공간으로 이주해 미니멀 라이프에 도전한다. 집안일은 차차 간소해진다. 예를 들어 솔로 변기를 청소하면 솔을 한쪽에 둬야 하지만, 변기 속까지 맨손과 걸레로 청소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
로봇 드림(사라 바론 지음, 놀, 1만9800원)=프랑스 칸영화제 초청작인 애니메이션 ‘로봇 드림’이 책으로 나왔다. 도시에 홀로 사는 개가 로봇을 조립해 친구로 삼는다. 단짝이 된 둘은 함께 바다로 떠나지만, 로봇은 바닷물에 녹이 슬어 멈춰 버리게 된다. 개는 도시에서 새 친구를 사귀지만 로봇만큼 마음이 꼭 맞는 이를 찾지 못한다. 해변에 버려진 로봇도 새 인연들을 만나지만 로봇에게서 이득만 취한다. 200쪽이 넘는 분량에도 대사는 한 문장도 없다.
전쟁의 소문 속에 살았다(쓰루미 슌스케 지음, 김성민 옮김, 글항아리, 1만7000원)=일본을 대표하는 사상가로 평화운동의 중심에 서온 쓰루미 슌스케의 회고록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패배를 예견하고도 고국으로 돌아온 이유, 미국 유학시절, 여든살 이후 느낀 노화와 죽음에 대한 단상 등을 담았다. 저자는 패전국의 지식인으로서 미국을 극복하는 데 관심을 두지만, 일본에 피해를 입은 한국, 필리핀 등은 아주 잠깐 언급하는 한계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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