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화약고’ 중동이 50년 만에 최악의 전쟁 불길에 휩싸였다. 이란이 13일 밤 이스라엘을 향해 수백기의 드론과 미사일을 쏘며 전격 공습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지 12일 만이며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다. 6개월 전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의 불길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양국 간 유혈 보복이 이어질 경우 1973년 ‘욤키푸르 전쟁’(4차 중동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 양국이 확전을 자제하고 평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스라엘이 아이언 돔 등 자국 방공망으로 공습을 심각한 피해 없이 방어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중동의 최대 군사 강국이자 반미세력의 중추인 이란의 참전은 글로벌 안보지형을 흔들고 유가급등·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세계 경제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홍해는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60%와 교역량의 12%,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를 차지한다. 이 두 곳이 봉쇄될 경우 해상물류와 공급망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80∼90달러로 뛰었는데 향후 120∼13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전자산인 달러화와 금 시세도 들썩이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세계 경제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는데 결코 과장이 아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중동전쟁은 치명적 악재다. 중동은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67%, 가스의 37%를 공급한다. 고유가는 가뜩이나 불난 물가에 기름을 붓고 성장과 무역수지도 악화시킨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 10% 상승 때 물가는 0.37% 오르고 성장률은 0.2%포인트 낮아진다. 주식 등 금융·외환시장 불안도 증폭될 우려가 크다.
정부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동발 경제·안보충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어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전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3차 오일쇼크 등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하기 바란다.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공급망 다변화와 우회로 개척에 나서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중동전쟁의 확산이 동북아의 안보불안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북한의 기습도발에도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